몇달째 씻지 않아 얼굴과 목엔 겹겹이 까만 때가 앉아 있고,
비듬과 기름이 범벅이 된 반백의 단발머리,
삼백육십오일 중 이백오십일 넘게 줄창 입는 먹물색의 가디건이랑
진회색의 쫄바지 차림...
누가 보더라도 정상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노숙자 옆에 있으면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 이 할머니 아니 아줌마가 바로 나의 엄마다.
육십이 조금 넘었는데 유난히 깊게 패인 주름들과 마른 몸이 나이보다 훨씬 더 들어 보이는 이 사람이 바로 울 엄마다.
너무 오랫동안 너무도 심하게 아팠다.
엄마는 이십년이 넘게 반정신병자인 채로, 뼈를 깎는 육체의 아픔을 이기지 못해 밤새 괴성을 지르고 통곡하는 지옥같은 날들을 보냈다.
어떤 사람들은 귀신 들렸다고 했고, 다른 사람들은 정신병원에 보내라고 했고, 대여섯의 직원을 두고 의상실을 경영하던 과거의 엄마를 아는 사람들은 안타까와하며 목사님을 모시고와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한참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때 내가 중학교 일학년 때부터의 일이다.
그런 사람을 세상의 다른 사람도 아닌 나의 엄마로 받아들이기가 그땐
너무 힘겹고 서러웠다. 그렇게 원망과 미움과 안쓰러움이 범벅이 되어
이십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나는 결혼을 했고 부산에 있는 시댁에서 삼년을 보내고 다시 엄마 곁으로 왔다.
나는 길에서 엄마를 만나면 슬쩍 피하는 버릇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오늘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우산도 없이 맞으며 연신 눈물을 닦으면서 걸어가는 엄마를 보았다. 억장이 무너졌다.
집에 가서 물으니 서른 네살에 장가도 못가고 공고 졸업 후 지금까지
공장에 다니는 작은 오빠가 다단계에 빠져 그동안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몽땅 날리고도 아직까지 미련을 못버리고 며칠째 집에 들어 오지않아 걱정이 되서 그런거 였다.
머리가 정지하는 거 같았다. 성실과 근면이 유일의 재산이던 작은 오빠가 왜 ???? 어쩌다????
엄마가 나를 조용히 부른다. 둘째가 집에 돈이 있으면 자꾸자꾸 가져가는데... 이거 니가 가져가서 지금 살고있는, 달에 삼십만원씩 내는 보증금 천만원짜리 방에 보태서 돈 되는대로 자그마한 전세 방을 구해보라며... 수입도 변변찮은데 달달이 월세 내고 사는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며 돈을 건넨다. 그것도 이천 오백만원을?!!!
멍하니 받아들고 왔다. 근데 근데 자꾸자꾸 가슴이 따끔거리고 눈이 아파 물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