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민이의 머리염색
토요일...
냉장고를 열어보니 여기저기 빈곳이 있다.
영두 우유도 떨어지고...
오늘은 할 일이 많았다.
외국인청에 내야 할 증명사진도 찍어야하고, 영민이 머리도 잘라야 하고, 장도 봐야 하고...
영민, 영두, 나 시내로 향했다.
거리에는 사람들로 가득이다. 서울에 비하면 어느 작은 동네의 규모에 불과하지만 사람 수는 제법 된다.
백화점에 있는 미용실에 갔다. 역시 주말이어서인지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기다리다 짜증이 나서 옆 사진코너로 먼저 갔다.
나하고 영두 먼저 증명사진을 찍기로 하고.
사진관 금발여자는 디지털카메라로 몇 번 대충 찍더니 그 중에서 하나 고르란다. 별로 맘에 드는 것은 없었지만 인상이 가장 평화롭게 나온 것으로 골랐다. 영두는 사진기만 보면 좋단다.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앙증맞게 미소짓고 있는 모습으로 낙찰.
5분도 채 걸리지않아서 증명사진이 완성됐다. 6장에 10유로니까 한국돈으로 1만4천원 정도. 얼마전 한국에서 사진관에서 찍었던 증명사진은 10장에 8천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억울하다. 그때 왕창 뽑아둘걸...
다시 미장원 쪽으로 갔다. 영민이 차례가 돌아왔는데, 미용사가 얼핏 보기에 완전초보다. 견습생 정도될까. 가위잡는 것 부터가 서투르다. 옆에서 열심히 설명했다.
영민이는 간지럽다고 몸을 연신 뒤튼다. 결국 귀 뒷부분을 가위에 할퀴고, 미용사는 당황하기 시작.
한국같으면 10분도 안걸릴 일을, 30분동안 쩔쩔맨다. 허긴, 깃털같이 가볍고 가느다란 유럽사람 머리카락과 동양인 머리카락을 비교하면 마치 철사줄이라고 하는데 쉽지는 않을거다.
마치 털모자를 하나 씌워둔 모양이 나왔다.
더 이상의 요구는 무리라고 판단되어 그쯤에서 끝내라고 했다. 돈을 내고도 아깝다는 생각이 집에 올 때까지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팁도 안줬다.
영민이는 중간에 드러그스토어에 들어가잔다. 머리염색약을 사야한다고. 진열대로 뛰어가더니 노란금발색을 집어든다.
유치원 친구 '야콥'은 머리가 금발이란다. 염색을 해서.
그 아이는 태어날때부터 금발이라고 설명을 해줘도 안믿는다.
어?든 자기도 금발의 머리를 갖고 싶단다.
애라~ 헤어스타일도 이상한 마당에 컬러로나마 커버를 하자, 그럼~
욕조에 앉혀놓고 염색약을 발라주며 혼자서 낄낄 거렸다. "니 아빠가 이 사실을 알면, 기절초풍하겠지. 헐헐헐~"
45분 후 완성된 컬러는 완전금발이 아닌 밝은 밤색.
오히려 이쁘네.
영민이는 상상했던 금발이 아니지만 그래도 까만머리를 면했다는 생각에 만족한듯한 눈치다.
"대체 누굴 닮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