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연예인 129명 호주제 '폐지지지' 선언
“제 어머니는 딸만 셋을 낳았다는 이유로 소박을 맞았습니다.
그러다 제가태어나는 바람에 어머니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실 수 있었습니다.
단지 아들 하나때문에 어머니는 그 굴곡진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바로 호주제 때문입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문화마당’ 앞야외무대에서 영화배우 홍석천씨가 지나던 시민들에게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털어놓고 있었다.
홍씨는 ‘호주제 폐지를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선언’에 참석해 거리에 나선길이었다.
“남아선호 사상을 부추겨 여성들에겐 올가미가, 남성들에겐 짐이 되는호주제를 이제는 폐지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홍씨가 말을 맺자 시민들의박수가 터져나왔다.
영화배우 문소리씨는 “제 이름은 문씨와 이씨 사이에 태어난 작은 아이라는뜻으로 다행히 부모님의 성이 다 들어가 있다”는 말로 시민들의 호응을이끌어냈다.
문씨는 “영화 <바람난 가족>을 촬영하면서 호주제가 이혼·재혼여성에게 커다란 고통을 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호주제는 개개인이민주적인 가정을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되는 치욕스러운 제도”라고 주장했다.
평등가족 홍보대사인 코미디언 김미화씨, 영화배우 권해효씨도 호주제 폐지길거리 특강에 나서 “호주제 폐지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라 상식의문제”라며 “여아 낙태를 부추기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반영하지 못하는호주제는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호주제 폐지 지지 선언’에는 이들 말고도 가수 이상은씨, 소설가김형경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 129명이 동참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03년 06월 15일 (일) 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