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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길..


BY 일장춘몽 2003-06-25

이글은 제 이야기입니다. 왜 쓰냐구요?...아마 저처럼 사는 여자가
분명 있을 것도 같고...전 친구가 없거든요...여기 아컴에 계신분
들께 하소연하듯..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어서요...

10여년동안의 맞벌이,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에게 온지 한달여 되어갑니다.
이렇게 한식구가 모여사는게 행복하고 소중한 것인데, 그 돈 번
다고 십여년을 떨어져지냈습니다.

제 남편요...성실과 착함 . 두가지로 표현되는 남자랍니다.
제가 첫사랑이다시피하고 정말 순진한 남자지요.
저요? 전 조금 반반한 얼굴로 똑똑하다는 소리 듣는(실은 헛똑똑)
여자구요. 우린 일찍 결혼했고, 튼튼한 직장을 버리는게 아까워
아이를 낳고도 주말부부를 계속 했답니다.

남편은 착하고 성실하지만..특유의 내성적인 성격과 우유부단으로
보이는 결단력이 저로썬 한심스럽게 느껴졌었죠..주말부부하면서도
예의상 하루에 한번 통화하고, 대화가 없어지면서 남편이란 사람이
멀게도 느껴지고, 애정이 없어지더군요. 부부란 닮아가는 것이라고
했던가요...우리 사이엔 많은 벽이 있는것처럼 느껴졌어요.
삶을 바라보는 시각,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그런것에서 더욱
괴리감을 느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그건 제가 선택한 사람에 대한 우리사이의 배려와 이해
인데, 전 오로지 그사람탓만 했었죠..
발단은 컴퓨터였어요..남편이 집에 컴퓨터를 사서 인터넷을 연결
할때도 시큰둥한 저였는데..제가 거기에 빠질줄이야...
채팅싸이트를 알게 되어 남자도 알고..아이둘 낳고 처녀같은 외모
탓인지(자랑아님.ㅡ.ㅡ) 자연스럽게 식사도 하고, 술도 마셨지요.
남편아닌 사람과 만나 남편과 나누지 않는 얘기를 하는 달콤함...

그게 바로 악마의 유혹이겠지요...
우리 아이들은 친정엄마가 맡아서 키워주셨어요..매인몸이긴하지만,
남들한테 애들맡기는 직장맘들보다는 편했죠..
남편은 장모님이 어려워서인지 불편해하고 잘대하지 못했죠..

저희엄만 사위 맘에 안들어서 애 하나면 당장 이혼시킨다고 하셨구요.
ㅡ.ㅡ 정말 그땐 이모저모 맘에 안들었었죠..

결국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저의 자유바람은 덜미를 잡혔죠.
상대방 부인이 사람을 붙여 알아낸거였죠.
그때서야 전 꿈결속에서 깨어나 이게 로맨스가 아닌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지만...남의 가슴속에 새긴 상처를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전 진심으로 사죄했읍니다. 다신 만나지 않겠다고,
정말 죄송하다고...그녀가 크게 절 다그치고, 욕했다면 제가
미친듯이 오히려 날뛰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그녀는 침착했고...오히려 절 깨우쳐주더군요.
한가정의 아내에게 애들 엄마에게 남긴 상처......
그와중에 제 남편도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는 죄책감에 견딜수가 없었죠..저로 인해 피해받는
사람들..제가 소홀히 한 남편과, 아이들.......
그자리에 전 더이상 필요없는 여자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전 좀 극단적인 성격이거든요...
이 세상에서 저만 없어지면 될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살을 시도했죠...하지만..죽는다는것 ..마음대로 되질
않더군요...

전 당연히 남편과는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모두 자기 잘못이라며 다시 시작해보자고 했어요..
제가 정말 죽어버리면 자기도 죽으려고 했다면서..
저 없이 아이들과 어떻게 사느냐구요..
절 정말 사랑한다고..저 없인 살수가 없다고...

그렇게 무시했었고..못나보이던 남편이었는데...
다른 단점은 그렇게도 제눈에 크게 보였는데, 그 큰 사랑은
보이질 않았었나봐요...

지금요...저 이 산골마을에서 어설프지만, 이것저것
요리도 하고, 아이들과 하루종일 지내면서 살아요.
남편은 변한것없이 그대로구요..(예전보다 더 저한테
신경쓰죠..또 바람필까봐?...)

감히...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아요..
그녀의 가정은 어떨런지...맘속으로 생각날때는 간절히
빌죠...제발 모든것 잊고...평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너무 늦은 뉘우침이지요..

생각없이 채팅하는 분들...남편이 못났다고, 나와 안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있겠지요..

누군가 그러더군요..모든것은 새로운 것, 새것이 낫겠지만,
사람만은 옛사람이 낫다구요...
많이 다른 성격...제가 닮아가기로 했어요..
그러다보면 우리 더욱 사랑하며 살아가겠지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속죄한듯 후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