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와 함께 하는 오후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는 초봄의 오후를 흐른다. 세느강, 물이 흘러다가 머무는 여울에 지난 겨울을 용케 보내고 난 마른 잎새가 떨어져 천천히 맴도는 광경,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아침, 강위에 작은 배 띄워 한번도 보지 못한 세상으로 배저어 가는 듯한.... 피아노소리..... 나에게 다가와 떠나지 않는 온갖 슬픈 것, 괴로운 것, 쓸쓸한 것, 또는 사랑했으나 그리운 것들 하나하나들이 피아노의 음표가 되어 공중을 떠나니는 오후, 이미지가 형상이 되어 현실을 잠깐 떠나가보고픈 동경은 흐릿한 초봄의 하늘을 덮고 있는 황사구름처럼 막막하기만 한데.... 사람들 사이의 섬을 나는 탈출하고 싶다. 나를 닫고, 나를 찾아, 나를 의미롭게 하는 세상에 도착하기를... 피아노 음율을 타고, 눈감듯 그저 평화롭고, 꿈꾸듯 그저 감미로운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