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친구들과 옹기종기 넓은 마루에 등짝깔구 딩굴딩굴하며
재미있게 보던 프로는 600만불의 사나이와 소머즈였다
뚜뚜뚜뚜...손목에서 힘이 샘솟아 못하는게 없었다
나는 소모즈 처럼 머리를 기렀고
옆집 분도는 600만불의 사나이가 되었고
동건이와 진규,수정이 미자 봉순이는 우리들의 액스트라를 자처했다
오빠들 틈바구니서 자란 나는 계집애 처럼 놀기보다는 머슴아 처럼
굴었다.
별명이 꺽다리 안나..
키가 크고 마른 깡다구걸이었다
못하는게 없는 소머즈를 흉내내며 어린시절 추억을 만들었다
담장엔 포도나무가 늘어졌고 은행나무와 대추나무가 어우러져
가을을 풍성하게 할무렵이다
엄마랑 분도엄마가 성당에 레지오간사이에 분도와 나는 담장에서 내려 뛰며
'나는 소머즈다...600만불의 사나이 나와라..분도야 너도해봐'
분도는 나보다 세살많았지만 착한 보이라 내말을 잘들었다
'나처럼 뛰어봐 뚜..뚜..뚜...'
양손 주먹을 쥐고 소머즈의 파워를 과시하며 담장을 뛰어 넘어
엄마가 아끼는 포도나무 가지를 분질렀다
분도는 쫄아서 겁먹고 뛰지도 못했다
'야 그것도 못해 남자가'
난 포도나무가 부러지건 말건 소머즈처럼 날아 다니는 연습을 많이 햇다
담장을 넘고 장독대를 넘나들었다
엄마는 언제나 선머슴아 같은 나때문에 몬살아 하면서
제발 제기차기랑 소머즈 놀이 하지말라 하셨었다.
그런 내가 어미가 되어 이제 내딸에게 몬살아를 외친다
오늘 찾아온 손님왈'텔레비젼이 또 바뀌었네'
'거금 88만원 또 투자했네...미쳐요..환장하겠어'
'이번엔 누구야?'
'그야 말하나마나 서린이지'
두어달전 서린인 텔레비젼 회전판을 돌리며 장난치다
텔레비젼이 꼬꾸라져 앞으로 넘어왔다
순간 아이가 큰텔레비젼에 깔려 다치나 싶어 안절부절했는데
아이는 다친데없이 싱글거리며
마치 내힘이 이렇게 썬파워...
자신의 강한 힘에 놀라 즐거워했다
이제 세돌도 안된 서린이가 29인치 텔레비젼을 두번 넘어뜨렷다
그래서 이젠 텔레비젼 회전판을 빼버렸다.
회전판을 돌리며 지덩치만한 텔레비젼이 힘을 가하면 움직인다는 사실이 즐거워
장난쳤다.
앞으로 꼬꾸라진 티비의 운명은 에이에스를 받아봤자
브라운관이 나가 새로 사야하는 운명
우린 아이가 다치지 않은것에 감사하며
텔레비전을 새로 구입해야했다.
드세빠진건 어미를 닮아선가..
나를 닮아서?
어릴적엔 머슴아 처럼 자라지만 아마도 이십대가 되면 요조숙녀가 되겟지
나도 그랫으니까...
이번딸 카드값 명세서에 찍힌 텔레비값 이제 더이상 청구되는 일이없으면 싶다
결혼 육년동안 29인치만 네번째다..
텔레비젼 회전판을 원망해야하나
소머즈처럼 힘센 서린이를 다스려야하나 고민이다.
난 소머즈 놀이하고 놀아봤자 담장넘구 나무에 매달리고
장독대 깨드린게다인데말야.
에이에스아저씨왈 우리집만 그런게 아니니 웃고넘어 가세요 하던데
그래야 텔레비 제조 회사 먹고산다며
요즘 텔레비젼은 브라운관이 크고 무거워 회전판을 쓰는경우
특히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텔레비가 있는경우는 빈번하다며 위로했다.
디지털 텔레비 바꾼지 얼마 되었다구...잉잉잉
어릴적 나는 소머즈와 추억을 만들었구
울아이들은 포켓몬스터와 방구대장 뿡뿡이가 추억만들기 대상이다.
지금도 엄마는 로켓단하라며 날 가둬버린다 협박한다.
피카츄 햄토리등등 아이 키우자니 이름외우기도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