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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에 들어온 남편...


BY 문구아짐 2003-10-22

그러고 보니 울남편은 매일 외박을 하는 셈이네요.

오늘 출근했다가 내일 들어오면 외박 맞죠?

자다가 부스럭대는 소리에 깨보니 새벽 3시가 조금 넘었더라구요.

우리 남편 퇴근시간이네요.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새벽 1,2시에 들어오는 남편...

대충 아시죠?

문구점 오픈해서 지금까지 하루도 쉰 적 없고 - 시아버지 제사, 추석, 친정아버지 칠순 모두

불참 하면서 - 일찍좀 들어오라는 잔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매일 이렇게 7개월을 보냈답니다.

 

덩달아 우리 가족 모두 엉망인 생활이 되었죠.

제대로 치우지 못해 집안 엉망이죠. 김치도 못담궈 먹고, 아직 여름옷 정리도 못하고 한쪽에

쌓여 있답니다. 집이 완전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네요.

처음엔 화도 나고, 짜증도 나더니.... 이젠 거의 경이로운 눈으로 남편을 보게 되네요.

그동안 흰머리도 많이 늘었고, 몸은 더 말랐구요...

나도, 우리 딸도 힘들지만, 제일 힘든건 남편일텐데...

 

사실 다른 일을 이렇게 한다면 정말 돈 많이 벌거 같네요.

하지만, 문구점.... 그것도 포화상태인 곳에서 수입이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근데 울 남편, 그런게 생각 안하네요. 그저 목숨건 사람처럼 하고 있답니다.

울남편 덕분에 피곤해진게 저희 가족뿐만 아니랍니다.

이동네 문구점 다들 피곤해졌죠.

저희가 인수하기전 이 동네 문구점들. 거의 9시면 문 닫았구요.

일요일은 모두 쉬었었죠. 아마 다른 동네 문구점들은 거의 그럴거 같은데...

그런데, 요즘 10시까지는 불 환하구요, 일요일도 거의 쉬는집 몇집 없답니다.

 

결혼하고 10년이 넘도록 우리 남편이 이런 사람이었다는 거 모르고 살았답니다.

자신에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지금 그의 머리속에는 온통 한가지 생각만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요.

돈을 더 벌고, 못벌고의 문제도 아닌 것 같구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쏟아넣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부란게 그런거 같네요.

처음엔 다른 모든 걸 재껴두고 오직 일에 사로잡혀 있는 남편이 정말 원망스러웠었죠.

하지만, 지금까지 한결같이 돈도 안되는 일에 열심히 사력을 다하는 남편의 모습이 이제는

눈물겹기까지 하네요.

저도 힘들지만, 그런 남편을 지켜봐 주고 싶네요.

우리 남편... 다른 소중한 걸 많이 희생시키고 있긴 하지만, 한결같은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우리 문구점. 꼭 잘 될거라고 믿습니다.

여러분도 응원 많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