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363

[펌]고현정씨 이혼과 스포츠조선의 반여성주의?


BY 문한별최고 2003-11-20

[문한별의 끝내기홈런] 여성의 이혼이 '행복끝 불행시작'?
 

때 아닌 고현정 러시다.   스포츠지 여기 저기를 둘러봐도 온통 고현정 사진 뿐이다.   톱탈렌트로 성가를 높이다가 8년전  재벌가 며느리로 자리를 바꾼 그이기에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그러나 이건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다.   도대체 고현정 합의이혼 소식에 목매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길래....?

그 중에서도 <스포츠조선>이 단연 압권이다.  우선 관련 기사 수에서부터 여타 스포츠지들을 압도한다.  강남 호사가들의 입방아에나 오르내릴 법한 이 이야기가 <스포츠조선> 기자들에게는 그렇게나 중요했을까?  

기사 내용도 문제다.   20일자 <스포츠조선> 1면톱을 보자.   타이틀이  "8년만에 멈춰선 행복시계"다.   이전에 고현정이 여주인공으로 열연했던 연속극 '모래시계'란 제목에 착안해 결혼생활을 '행복시계'란 표현한 수사가 우선 눈에 뛴다.   그런데 편집자의 재치라고 웃어 넘기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8년만에 멈춰선 행복시계"라니?, 여자가 이혼하면 무조건 '행복 끝 불행 시작'인가?    이건 무슨 마초적 발상인가?

▲스포츠조선 2003.11.20     ©스포츠조선

고현정이 이혼을 결심하기에 이른 건 필경 8년 동안의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의 눈엔 그가 연예계 생활을 청산하고 재벌가로 시집간 것이 신데렐라의 꿈을 이룬 것으로만 보였겠지.   그러나 성곽으로 둘러싸인 그의 은밀한 집안사정을 뉘 알겠는가.   게다가 행복이라는 게 돈이 많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자판기 커피가 아님에랴. 

고현정의 8년여에 달하는 결혼생활은 어쩌면 일반의 기대와는 달리 고통으로 점철된 인고의 세월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로선 외제차와 연관된 두 건의 사고들을 통해 그 사정을 대충 가늠해 볼 뿐.   <스포츠조선>의 관련 기사에도 고현정의 불행을 시사하는 말이 나온다. (<스포츠조선> 편집자는 자사 기자들이 올린 기사들도 안읽어 보나?)

"고현정은 결혼한지 1년 후쯤 한 절친한 방송작가에게 '결혼생활이 힘들다. 너무 갑갑해서 벗어나고 싶을 정도'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후략)...." (<스포츠조선>, '왜 이혼했을까, 긍금증 증폭')

<스포츠조선> 왈, 결혼생활이 힘들다고 눈물지은 게 결혼한지 불과 1년 후부터란다.  그러니 8년 반 동안 알게 모르게 쌓인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하여 참다 참다 못해 마침내 최후의 수단으로 이혼을 결심하기에 이른 것은 아니었을까.   고현정으로선 이혼 자체를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통로로 여겼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인형의 집을 뛰쳐나간 노라처럼....

그런데도 <스포츠조선>은 전후 맥락 따지지 않고 무조건 고현정의 이혼을 "멈춰선 행복시계"라고 단정짓는다.   남근주의로 똘똘 뭉친 마초근성의 소유자 아니고서야 이렇게 말하기도 힘들다.    <스포츠조선>은 여성의 행복이 오로지 남편에만 달려있고, 문제가 있어도 여성만 인고하면 그만이라고 그리 말하고 싶은 걸까?

누가 수구꼴통을 자랑하는 <조선일보>의 자매지가 아니랄까봐 이처럼 하는 짓마다 요란을 떠는 <스포츠조선>을 보노라면 그저 내 가슴만 미어진다.    에휴, 인간아 왜 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