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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일곱여자-쉬어가기


BY 욱이맘 2003-12-24

......
몇 일간 계속 기분이 가라앉아 있다
이유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이유를 구질구질하게 적기가 싫으네.
별루 이쁘지도 않은 이유이고,
자랑스럽지도 못한 이유라서.. 
아니, 더 정확하게는 자존심 상하고
챙피스러운 이유라서...
그래 그게 젤 정확할 듯 싶다.

갑자기 모든게 시들해져 버렸다.
신나하던 일도,
연욱이의 이쁜 재롱도,
전부인듯 쏟아부었던 성당일에 대한 열정도,
제일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가정조차도.....

세상의 바퀴에서 나혼자 떨어져 나와
드넓은 벌판 한가운데 팽개쳐진 듯,
약간은 여유롭기조차 한 지금 이 기분...

그래 난 왜 이렇게 변덕스럽니?
어제는 내가 세상의 중심인듯,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기라도 하는듯이
자만스런 웃음을 활짝 웃었다가 ..
오늘은 세상의 바퀴에서 혼자 떨어져나와 앉은
쓸쓸한 여유속에서 조소를 머금으며
오만스런 소외감에 젖어있다.

내가,
이 배정혜가.
이렇게 가라앉아 있으면 세상모두가
나의 이 쓸쓸한 소외감을 동조해 주면서
큰일이라도 난 듯이 나에게 비위맞춰주어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 말도 안 되는 오만..
공주병인가?!!!
그렇지만 나는 정말 당연하게도
그렇게 해 주어야할 세상이,
최소한 내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해주지 않음에 절망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자만속에 빠져서 더욱 힘들어하며
허우적 대고 있다.
우찌하면 좋으랴. 이 깊은 지병을....

 


아주 작은 일로도 나의 세상은 끝난다.
아주 작은 일로도 나는 세상의 짐을 다 진듯 힘겹다.
엄살쟁이....
그래 지독한 엄살쟁이...
그럼에도 나만 힘든거 같아 억울하고 속상하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싫다.
그로 인해 힘든 내가 싫다...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는 내가 싫고,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게 만든 사람이 싫다.

지금 나의 시계는 멈춰져있다.
내가 숨쉬지 않고....
생각않고....
다만 이렇게 맥놓고 앉아있는
나의 시계는 어제부터 멈춰있다. 
다시 태엽을 감아서 돌아가게 만들 수 있을까?
그렇게 될게다.
어쩔수 없는 생활인인 나는 결국 또
어거지로라도 태엽을 감게 될것이고
그렇게 시계는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지금...나는 태엽 감기가 싫다.
그래서 다시 감기려는 태엽을 자꾸자꾸
풀어놓고 있다.
조금만 더,
아직은 이대로 조금만 더
이 나태섞인 들판에 누워있자
. ...힘이 너무 없다...
아직은 다시 시작할 힘이 없다...
꾸역꾸역 일어나 다시 웃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소리지르고,
지지고볶고...그렇게 살 힘이 없다
...조금만 더...아주 조금만 더
이대로 아무생각없이
모두 다를 원망하고
나를 연민하며..
..이 쓸쓸한 들판에 누워있고 싶다. 
나만의 이 들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