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자금 수사 WP보도 28문장중 2문장만 비판적
확대해석, 왜곡, 짜집기를 통해 무조건 비판에 혈안
한국 검찰의 독립적인 정치자금 수사를 강조한 외신기사가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로 둔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 ‘자업자득으로 당하는 노 대통령’(Roh Gets Taste of His Own Medicine)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런데 연합뉴스와 동아일보 등 일부 언론은 이 기사를 인용보도하면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돋보이도록 보도했다. ‘노(盧) 자신 반부패 운동의 표적’(연합) 또는 ‘노 대통령 반부패운동 대상됐다’(동아) 등이 대표적이다.
WP 기사에는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구절은 단 두 문장일 뿐이다. ‘그(대통령)의 노력은 개혁 지향적인 검사들을 곧바로 자기 집 문간으로 불러들이는 결과를 가져왔다’와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한 한국인들은 검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두 대목뿐이다.
나머지 26개 문장은 오히려 불법 선거자금에 대한 검찰의 독립적인 수사와 검사들의 활약상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와 보도된 기사의 차이를 알 수 있도록 WP기사 전문과 비교해 보자.
● [워싱턴 포스트] Roh Gets Taste of His Own Medicine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수억 달러로 추산되는 불법선거자금을 파헤치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12개월 동안 노 대통령은 한국역사상 가장 광범한 부패수사를 단행하도록 검찰에 전례 없는 자율권을 부여했다고 법률학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새로 등장한 개혁 지향적인 검사들을 곧바로 자기 집 문간으로 불러들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6개월 동안 부패에 신물 난 국민으로부터 국가영웅으로 칭찬 받고 있는 검찰은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불법자금 수수혐의로 정치인, 보좌관 및 기업인 16명을 구속했다. 이 중에는 4명의 노 대통령 고위보좌관, 전 선거운동책임자 및 운전기사가 포함돼 있다. 검찰에 따르면 16대 국회의원 273명중 33명이 부패혐의로 기소됐다. 한 수사담당검사는 사정 보지말고 중립적으로 수사하라는 노 대통령 말처럼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의 민감성과 검찰의 정책상 익명을 요구한 검사들은 “우리는 마침내 자유롭게 본연의 임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증거가 속출함에 따라 노 대통령은 선거 당시 그의 캠프가 불법자금을 받았음을 시인했으나 국민이 용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자신은 한나라당에 비하면 덜 부패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자신의 캠프가 오랫동안 재벌들과 긴밀한 유대를 맺어 온 한나라당이 받은 것의 10분의 1 이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사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대적인 수사는 나라를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정치인들은 검찰 출두에 앞서 일단 몸을 숨겼으며 수사팀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기타 대기업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 독립의 공은 다분히 노 대통령에게 있다고 검사들과 법률전문가들은 말한다. 작년 3월 노 대통령은 검사들과의 TV토론에서 검찰에 대한 국민신뢰를 회복하라고 주문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한국최초 여성법무장관의 지휘 아래 검찰은 진취적으로 쇄신되었다. 수사를 간섭하기 위한 청와대 전화는 대체로 사라졌다고 검사들은 말한다. “두려움의 베일은 이제 걷혔다”고 한 검사는 말한다. 대통령 측근인사들을 수사할 경우 인사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은 더 이상 안 해도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강금실 법무장관은 자신이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검찰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직 군 출신 대통령들이 퇴임 후 다양한 혐의로 감옥에 갔고 그들의 재판과정에서 재벌들이 이른바 ‘보험금’이라고 부르는 수 억 달러 대의 자금이 정치인들에게 건네진 것으로 드러났으며 민주화운동을 벌였던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들이 부패혐의를 받은 아들들을 감옥에 보내기도 했지만 이번 수사의 범위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법률전문가들은 말한다. 노 후보 선거운동과 관련, 구속된 16명 이외에 한나라당 현역의원 5명이 현재 구속돼 있다. 이밖에 수십 명의 정계 및 재계 지도자들이 조사를 받고 있어 수일 내지 수주일 내에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대 국민윤리 담당 박효종 교수는 “과거의 강력한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검사집단이 등장했다”고 논평했다. 거의 매일 신문지면을 메우는 불법자금에 관한 상보에 대해 국민들은 광범한 정치부패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한 한국인들은 검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시민들은 인삼 정력제와 담요 등 선물공세를 펴기도 하지만 이들 선물은 법에 따라 대부분 반환되고 있다. 유기농쌀 재배업자 정성근 씨는 작년 10월 검사들을 위한 온라인 팬클럽을 조직했고 11월에는 시민들이 검사들에게 산소마스크를 보내기도 했다. |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 노무현 대통령은 재벌의 불법 선거자금 제 공을 둘러싼 침묵을 깨뜨리겠다고 약속하면서 집권했지만 개혁성향의 검사들은 노대 통령의 문 앞에까지 수사를 진행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3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盧), 자기 조치에 당하다: 자신이 시작한 반부패 운동의 표적"이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6개월간 한국의 검사들이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 현 캠프에 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체포한 기업가들과 이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한 정치인, 노대통령 측근 인사들은 모두 16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중에는 노 대통령의 측근 4명과 그의 전(前) 선거참모, 운전기사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제16대 국회에 선출된 의원 273명중 33명이 부패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하면서 "우리는 마침내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게됐다"는 한 검사의 말을 전했다. 이 신문은 "우리가 받은 불법 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1을 넘으면 대통령 직을 사임하고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노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회가 임명한 특별검사가 불법 선거자금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인들은 노(盧)에 철저히 환멸을 느껴 검사들에게 박수갈채를 보 냈다"면서 일반 국민은 정치권의 부패를 수사하는 검사들에게 인삼 등 보약을 보내 거나 온라인 팬클럽까지 결성하면서 성원하고 있다고 전했다.▶원문보기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기업의 불법 선거자금 제공에 관한 침묵을 깨겠다고 약속하고 집권한 뒤 검찰에 광범위한 부패 수사권을 주었지만 개혁 성향의 검사들을 자신의 문 앞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 보복당하다―자신이 시작한 반부패 운동의 대상이 되다’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그에 따른 반응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 검사들은 최근 6개월 동안 2002년 대선 때 노 대통령측에 불법자금을 제공한 기업인과 돈을 받은 정치인, 측근 등 16명을 체포했다”면서 “이 가운데는 노 대통령의 고위 보좌관 4명과 선거 책임자 및 운전사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16대 국회의원 273명 중 33명이 부패 혐의로 기소됐다면서 “대통령은 검찰이 정의를 위한 독립적인 세력이 되라고 명령했으며 우리는 마침내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됐다”는 한 검사의 말을 인용했다. 또 “여론은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대해 정치 체제의 광범위한 부패가 드러나게 돼 만족한다는 것”이라면서 “노 대통령에게 철저하게 환멸을 느낀 한국인들은 검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원문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