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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가 군대에 가고 난 뒤


BY 다래 2004-02-17

다운이가 입대를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저 비리비리 한 몸으로 어떻게 군대 생활을 할 것인가. 입영 통지서를 받고 날짜를 붙잡아 두었으면 싶은 한 달간 이었지만  날짜는 하루 하루 큰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운이는 가끔씩 기도를 했다. 자식이 가끔 기도하는 모습을 보는 기분은 참으로 묘하다. 저 녀석이 무얼 기도하는 것일까? 하루는 너는 뭘 그렇게 기도하니? 하고 물어보았다.

 

"군대 가서 잘 지내게 해 달라고요"

 

그 말을 듣는 내 가슴에 자책의 물결이 밀려왔다. 자식은 저렇게 걱정을 하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무심하게 지내다니..

 

다운이는 모든 것이 서툴다. 남들에게 쉬운 것도 다운이에게 들어오면 어려운 일이된다. 18살 때 의 어느 날 참외 깍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가르쳐 주기 시작한 적이 있다. 과일 깍는 일도 가르쳐 줘야 할 수 있는지도 그 때 처음 알았지만 과일 깍는 정도의 손놀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한손은 밀고 그 힘받은 만큼 한 손을 당기는 것이 다운이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다운이의 입대가 결정되고 나서 가장 걱정한 것은 끈 묶는 법과 바느질 하는 법이었다.

군화끈을 어떻게 묶느냐하느냐는 것과  입었던 옷을 집으로 보내기 위해  소포를 부치려면 끈 으로 묶어야 하는데 그  묶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바느질은 군복을 받으면 명찰을 달아야 하는데 바느질을 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것이었다.

연습을 하여  바틋이 매듭만 만들 수 있었다. 

 

남들이 쉽게 하는 일들을 쉽게 하지 못하는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이 어떤 건지 모를 것이다.  정상아라고 생각하면 분통이 터져 기를 수가 없다. 다운이를 기를 때도 그런 일이 많았다. 깜빡 잊어버리고 복잡한 일을 시키면 다운이를 괴롭게할 뿐이었다.  

 

학교 다닐 때 수련회를 다녀와서 어디 갔었느냐고 물으면 까맣게 몰랐다.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식때도 몇시에 하느냐고 물어도 그것 하나 알아오는데도 며칠 걸렸다. 그 마저 잘못알아와 한 시간을 먼저가서 교정에서 떨었다.

 

징병 검사 때에는 필요한 서류를 해서 속 주머니에 넣어 주었더니 두어 시간이 지난 후에 돌아왔다. 서류 가지러 왔다고 했다. 현관에서 주머니에 있다는 걸 알고 바로 되돌아 갔다. 집으로 전화해서 물어보지 그랬냐니까 전화기가 없어서 그랬다는 것이다. 공중 전화 한 통화만 했어도 집에까지 안 와도 되었을 것이고 주머니에 손 한번만 넣어 봤어도 집에까지 오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어떤 일에  예후를 짐작을 못하고 벌어진 일에 대처 능력이 없으니 바로 앞에 일이 닥쳐야 고단하게 처리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몸은 바람 불면 쓰러질 듯이 연약하다. 도무지 피곤을 이기지 못한다. 남보다 많이 자도 자는 모습을 보면 거의 맥을 놓고 잔다. 

 

입대하기 전날 머리를 깎아놓고 보니 초등학교 때 한 반 아이에게 가위로 찔린 상처가 그대로 드러났다. 아이들도 이런 약한 아이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수능을 2주 앞두고 5주의 폭행을 당하면서 고등학교 내내 그 녀석에게 집중적으로  맞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때의 비참한 심경을 어떻게 말로 다 하겠는가.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다운이는 막연한 두려움을 이야기 하면서 앞날을 걱정하였다. 대학을 다니는 것이 겁이난다는 것이었다. 특수 교육과로 진학하였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다운이에게 초등학교 때 전학올 때 헤어진 친구 말고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다.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대학교의 체제가 그나마 다운이에게 맞았는지 웃음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 날 차 안에서 다운이가 자기는 수원에서 자연속에서 살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서울로 전학 오고나서부터 인생이 괴로워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는 머리를 조아리고 싶도록 후회가 되었다. 저런 아이를 서울의 공해 속으로 데리고 들어온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인함이 필요할 때면 스트레스를 받아 지레 앓고 마는 아이다. 이런 아이가 군대에 가서  어떻게 지낼지 까마득하다. 육체적으로는 훈련받기 힘들 것이고 또한 고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여 이른 바 고문관이 되지나 않을 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