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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스무살 이라서 잠이 안 와


BY 다래 2004-02-19

오늘은 멀리 사는 친지네 집에서 잠을 자야 했다.  우리 집이 아니니 너무 덜거덕 거릴 수가 없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시온이와 한 방에서 잠을 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시온이는  그 집 침대에 올라가서 자라고 해도 남의 침대라 내키지 않는지 좁디 좁은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일단 한 숨 자고 나서 봐도 시온이는 아직도 뒤척 거리고 있었다.  얼른 자라고 하니 시온이가 대답을 한다.

 

"엄마 나는 스무살 이라 잠이 안 와"

 

가만히 들어보니 이제 스무 살인 시온이는 앞날에 대한 막막한 두려움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 하는 걱정 때문에 잠이 안 온다는 것이다.

 

저 마음이  공감이 간다. 나도 저런 적이 있었다. 이사를 간 첫날 잠자리가 바뀌면 더욱 잠이 오지 않았었다. 그런 밤에는 대개 앞날에 대한 공연한 걱정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밤새 막막해 했다. 

 

우리 모자 간의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시온이는 생활력 강한 사람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로 자기 학비를 마련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학을 다니는 사람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또한 입학을 해서 수강 신청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했다. 그런 걱정까지 하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그런 것은 도와 줄 수 있다고 했으니 조금 안심했는지 모르겠다.

 

이야기는 점점 발전되어 시온이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시온이의 어린 시절은 나의 젊은 시절이기도 하다. 우리는 함께 추억을 되짚어 가기 시작했다. 시온이는 지금 도시의 아이들로서는 쉽사리 볼 수 없을  여치 사마귀 같은 것을 다 보았다고했다. 하루 종일 골목을 쏘다니며 놀았던 어린 시절을 퍽 그리워했다.

 

내 이야기도 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는 엄마가 한 번 한다고 하면 무조건 밀고 나가는 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어느 날 부터 보니 엄마도 마음 약하고 우유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아들만 둘 둔 엄마는 딸이 있는 엄마에 비해 외롭다고 한다. 딸이 크면 친구가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있는 아들을 딸로 바꾸어 올 수도 없고 또 아들 둘 기르는 것도 너무나 벅차 딸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점점 아이들이 커가면서 딸이 있는 사람은 옷도 곱게 입기 시작하는 것같았다. 특히 겉옷은 딸과 함께 입기도 한다.

 

나도 다운이가 입던 옷을 입고 어디 나가기도 한다. 그 옷은 대개 다운이가 입다가 좀 뜸하게 입는 옷들이다.

 

국방색의 인조 세무 잠바는 주로 내가 애용하는 다운이의 옷이다. 다운이가 입으면 조금 큰 것이 내가 입으면 거의 푹 들어가 빠지지만 편하다는 이유로 그냥 입는다. 그러다보니 미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게다가 딸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한다고 하지만 아들들은 그것이 없다.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들 형제끼리 이야기 하지 내게까지 차례가 오지 않는다.  집에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필요한 말 외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나도 조금씩 대화 상대가 필요했는지  요즈음 들어 먼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주로 그때 그때의 내 기분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심심했는지 알어?" 하기도 하고

"그러면 너무 힘들다" 하기도 했다.  그런 말을 듣는 아들들은 대개 "응" 하고 말았지만  조금씩 엄마를 이해해갔는지도 모른다. 아들만 두었다고 포기하기 보다 그렇게라도 이야기해야 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결과였을까 시온이도 자기의 마음을 열어 보여준 것이다. 

 

이야기는 두런 두런 한참을 계속되었다. 

 

스무살이라 잠이 안 온다던 시온이가 돌아 누웠다. 우리는 자느냐고 물어 보지도 않고 말하는 것을 멈추었다.    

 

아침이 되었다. 이제 딸을 별로 부러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이 깼다. 아들도 잘하면 마음을 열어 놓고 친구처럼 될 수도 있으니까...  그동안 나도 모르게 딸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고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