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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렸을 때의 나는 친일파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BY 순천에서 2004-03-25

 더 어렸을 때의 나는 친일파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그럴 수도 있지.
그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었나 싶었다.
그런 내 생각을 바꿔놓은 건 라디오에서 들었던
주기철 목사님의 아드님이 하셨던 어느 설교였다.

수많은 교회지도자들이 천황=신이라는 신사참배를 반대하여
잠깐의 옥고를 겪다 다 전향했으나 유일하게 버텼던 두사람이
바로 주기철 목사님과 손양원 목사님이셨다.
다행히 손양원 목사님은 살아, 결국 여순반란 때 순교하셨지만.
고문이 힘들어서, 자식들 때문에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천황을 신이라 인정했지만
저 두사람은 다큰 자식들 '황국신민'으로 전쟁에 나가지 않게하느라
학교에서 매일같이 시켰다는 천황에 대한 충정을 못외게하느라
손양원 목사님은 문둥병자와 함께 빌어먹으라고 떠나보내고
주기철 목사님도 어린 막내아들을 빼고는 떠나보냈다고 하더라.
그 어린 막내아들이 내가 들었던 설교의 설교자였다.

몇번의 옥고 끝에 돌아온 아버지랑 아침을 먹던 날
느닷없이 순사들이 들이닥치자 주기철 목사님이 덜덜 떨며
뒷마루로 나가 기둥을 붙잡고 우셨댄다.
'하나님 도저히 제가 더는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잡혀가셔서 숱한 고문 끝에 순교하셨다.
한번은 할머니와 어머니 자기까지 순사가 면회하라고 불러 갔더니
어느 큰 유리창이 있는 방으로 안내하더랜다.
곧 주기철 목사님이 나오고 반갑게 눈인사를 하는 순간
온식구가 보는 앞에서 고문을 했다고 하더라.
이래도 천황을 신으로 영접하지 않겠냐고.

지금 살아남은 늙은 종교지도자들에게 묻고싶다.
당신들은 그때 무엇을 했느냐고.
자랑스런 '황국신민'으로 당신은 강대상에서 무엇을 설교했느냐고
당신들에게 초월적인 하나님의 사랑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저 인간적인 수치심이라도 좀 가져봐라.
결국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친일파대 반친일파의 대립인 이 싸움에서
이땅, 우리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인 국민들에게
사탄의 세력이라는 반기독교적이고 반민주적인 멍에를 씌울 수 있는지
당신은 당신이 섬기는 하나님께 부끄럽지도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