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봄볕이 좋아 딸아이랑 마실을 다녀왔다.
마실이래야 뭐 동네 놀이터랑 슈퍼 한번 오고가는게 전부다.
근데 ..아직 두돌 안된 딸아이 오늘따라 자꾸 안아달란다.
배가 남산만해서 아이를 안고가니...지나가던 아줌마 할머니 다들 한마디씩 하신다.
"아이고..엄마 힘든데 걸어다니지...할머니한테 올래.."
당신들 아이 키우던 시절이 생각나는지 할머니들은 꼭 한마디씩 하시며 날 격려해주신다.
슈퍼를 들럿다가 길가에 노지시금치를 파는 할머니가 있어 1000원어치를 살랫더니 아직 다듬어 놓은게 없으시단다.
비디오가게 앞인데 마침 그앞 벤치에 앉아계시던 할머니가 "힘든데 여기 앉아서 기다리면 돼지..아가야 너도 여기 앉아라.."하신다.
우리딸아이 기어이 내 무릎에 기어올라온다.
'엄마 힘든데 여기 앉지..."하시며 측은하다는듯 날 보신다.
한 5분 기다리는 동안..요즘은 먹을게 별로 없다느니 쑥국에 들깨 넣어 먹으면 구수하니 맛나드라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눳다.
시어머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나는 이런 할머니들이 다 우리 시어머니 같고 편안하다.
할머니가 눈매도 너그럽고 말씀도 잘하신다. 우리 시어머니 생각이 낫다.
동네 한바퀴 둘러봐도 딸아이랑 같이 나가면 한시간은 족히 걸린다.
8개월로 접어드니 점점 힘이 든다.
그래도 우리 민이가 이쁜 짓만 하고 또 할머니들이 따뜻하게 던지는 말한마디에 힘을 얻는다.
나이 먹어갈수록 ..연세드신분들이 편안해지고 존경스럽다.
다 당신들이 겪어오신일이라 이해도 잘하고 위로도 해주신다.
친정도 멀고 시댁도 멀어 정 붙이기 힘든 곳이지만 사람마음만은 똑같은것 같다.
남은 두달도... 잘 버티고 힘내서 살아야 할텐데..
친정엄마랑 전화끊고 나니 갑자기 외로움이 몰려든다.
오늘따라 엄마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