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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헌재의 증인채택 이해가 안된다"


BY 방향 2004-04-10


네티즌 “헌재 증인채택 이해안돼”


헌법재판소가 9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심판에서 소추위원쪽이 요구한 일부 증거와 최도술(57·구속)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4명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탄핵무효 여론을 주도하며 탄핵안 기각을 기대했던 네티즌들은 대통령 대리인단의 주장을 토대로, 추가 조사가 필요없는 탄핵심판에서 증거와 증인을 불러 심문하겠다는 헌재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헌재가 평의를 열어 소추위원쪽이 요청한 증거 일부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소식이 알려진 8일 이후 10일까지 헌법재판소(www.ccourt.go.kr) 게시판에는 500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헌재의 이번 결정을 성토하고 있다.

◆증거 및 증인채택 '이해할 수 없다'=헌재 게시판에 글을 올린 ‘김재용’은 “대통령 탄핵소추는 분명하고 명백한 증거에 의해서 국회에서 탄핵소추 되어야 한다”며 “이제 와서 증거와 증인을 불러서 심문하겠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고, 세계의 조롱감”이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자료파일'은 "헌재가 국회 소추위원쪽의 요청을 수용해 증인 채택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며 "이제와 증인신청을 하는 야당의 속내를 많은 국민이 알고 있는데, 헌재의 결정을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찹찹한 심정을 전했다.

아이디 '화진선녀'는 "특검의 수사발표 후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을 헌재에서 탄핵심판에 대한 증거조사 사항으로 결정한 것은 헌법적 판단을 하는 헌법기관인 헌재가 오히려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 결정을 한 것이 아닌가"라며 헌재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이디 '고대인'도 "탄핵사유가 '선거법 위반'으로 알고 있는데, 검찰과 특검에서 하고 있는 측근비리 관련 증인신문을 왜 또 하느냐"며 "헌재가 소추위원과 여론의 향방을 너무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자신을 중학교 3학년생이라고 밝힌 아이디 '선진국'은 "탄핵이라뇨. 대통령이 아무런 권력이나 힘이 없을지라도 국민이 뽑았기 때문에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정치하는 어른들 제발 똑바로 행동하세요"라고 글을 올렸다.

◆신속한 '각하' 결정을 내려야=일부 네티즌들은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국회가 제출한 서류로만 충분하며, 추가 증거조사가 아니라 법리적 판단에 따라 '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수미씨는 "검찰과 특검에서 측근비리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는데, 헌재가 그 사람들을 증인으로 내세우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헌재는 정치적 판단이 아닌 법리적 판단에 따라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디 '자료파일'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불법으로 탄핵을 통과시킨 소추위원쪽의 증인신청을 받아들이다니 실망스럽다"며 "최고 통수권자의 발을 꽁꽁 묶어놓고, 헌재의 권한을 즐기는 것이냐. 빨리 각하결정을 내리라"고 주문했다.

자신을 '이민 재외국인'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9일 재판정에서는 대통령의 사상까지 들먹이며 정치공세로 일관했는데 재판관들이 이를 보고도 질책이나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심스럽다"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는 국회에서 제출한 서류로만 충분하며, 그것이 미흡하면 국회의 잘못이므로 각하결정을 내리면 되는데, 이제와서 증인들을 불러 헌재가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라고 글을 올렸다.

아이디 '어느 평민'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부패한 국회의원들이 힘이 약한 대통령을 쥐고 흔들며 탄핵한 사유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는 이들과의 야합 없이 오직 법리적인 부분만 명백히 따져서 대통령이 하야할 만큼 중대한 과오가 있었는지 여부만 따져 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아이디 '대한일보'는 "헌재는 국민이 원하지도 않고 자격도 상실한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조성한 의회 쿠데타라고 명명된 탄핵을 빠른 시일 내에 각하시키기는 커녕 변론을 보며 재판관 9명이 내린 판결을 국민이 기다려야 하는 구조가 의문스럽다"며 "다수의 국민이 원하하는대로 헌재는 소추안이 제출됐을 때 바로 각하시켜야 했다"고 썼다.

이와 별도로 아이디 '우국시민'은 3차 변론에서 있었던 소추위원쪽의 '볼세비키' 발언을 두고 "재판정에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친일파의 자손과 수구세력들이 색깔론으로 모욕하는 것은 국가원수모독죄로 처벌해야 한다"며 "헌재는 재판지휘권을 행사해 법정이 정치공방의 장이 되는 것을 철저히 막아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게시글 중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지하는 의견도 종종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법수호'는 "탄핵결정은 민주주의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법치가 없으면 나라가 없기 때문에 통치자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무서워하고 국민의 약속인 법을 깔보지 않게 된다"고 썼다.

이호선씨도 "이번 탄핵재판과 같은 국가 중대 사안에 증인심문이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헌재의 증인심문 결정은 이 탄핵재판이 얼마나 무거운 사안인가를 보여주신 권위있는 판단"이라고 평했다.

김미영 <인터넷한겨레> 기자 kimmy@ne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