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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하면 맞아야 하나요 (한나라당 무서워)


BY 그녀미소뒤엔 2004-04-11

 

[총선기자단 = 최수정 기자]

당 대표 선출 이후 박풍(朴風)을 일으키며 영남 지역에서 지지율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영남 민심 역전을 기반으로 수도권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율 회복을 꾀하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 박 대표를 지난 6일 동행 취재했다.


현재 과도한 일정으로 인해 몸이 많이 아프다는 박 대표는 악수를 너무 많이 한 나머지 손이 부은 상태 그래서 가급적 악수를 피하고 대신 하이 파이브를 하려고 한단다. 지금 박대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이겠지만 총선이 열흘도 남지 않은 지금,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살피겠다고 나선 마당에 휴식은 꿈같은 소리일 뿐이다.

부대변인인은 다리까지 접질린 탓에 절둑이며 걷는 박대표를 최대한 쉬게 하기 위해 이동 중에는 수행원도 같은 차량에 타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민심잡기에 나선 박대표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박대표를 지지하는 혹은 반대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일까?



1. 우리는 그런거 몰러~


박대표의 일정은 아침 8시30분 경북 구미시 선산읍 성심 양로원에서 시작됐다. 이른 아침인데도 이미 50~60 여명의 유권자들이 나와서 박 대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개 60대 이상이고 젊은 사람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박 대표의 어떤 점이 맘에 드느냐라는 질문에 조모(69,여,경북 구미시 선산읍)씨는 “불쌍하잖아~아빠 엄마도 없고 또 그렇잖아~ 육여사도 많이 닮았고...내가 육여사를 좋아했거든”라고 말했다.
비단 조씨 뿐 아니라 그 자리에 모인 노년층 유권자의 대부분은 같은 질문에 "좋다, 좋다"를 연발하고는 별다른 이유를 말하지는 않았다.

박대표가 양로원을 방문하고 돌아서자 떠나는 박대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아주머니 한모(57,여,경북 구미시 선산읍)씨는“울었다 울었다 아이가..아이고~내 기도했다. 잘되겠제? 그제? 아이고..”라며 연신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치인 박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김홍석(71,경북 구미시 선산읍)씨는 “내가 많이는 못봤지...멀리 있잖어~ 박근혜가..그치만 그래도 박대통령 딸이니..잘하겠지 뭐~”라고 대답했다. 심모씨(80,경북 구미시 선산읍)씨는 지역구 후보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응? 나는 그런거 몰라 몰라~그런거 그냥 왔어~”라고 말했다.
박대표에 대해서 묻자 연신 “곱네 그래~ 좋네~박정희 딸아냐~”라고 대답했다.


박 대표 본인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아직 경북 민심은 박대표를 독립된 정치인 박근혜로 인정하기보다
박정희의 딸, 어머니를 비운에 보낸 불쌍한 고아로 인식되고 있었다. 박대표가 국회의원으로서 무슨일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박근혜가 좋다 라는 "묻지마"민심...


마침 그 순간에 “탄핵 때문에 실력없는 사람들이 국회에 대거 진출해서는 안됩니다. 실력에 있어서 뒤지지 않는..! 정책으로 승부하는 한나라당을 지지해주십시오”라고 외치는 박 대표의 연설은 연단 밑 유권자들이 바라보는 박대표의 이미지와 어긋나며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박 대표 본인은 알지 모르겠지만 박 대표가 한나라당의 인재론, 실력론을 주장하고 부각시키려 하고 있음에도 매번 연단에 올라갈 때마다 박대표는 “고 육영수 여사, 박정희 대통령의 따님이신 박근혜 우리 한나라당 대표십니다“라고 소개되고 있었다. 박대표의 정체성을 소개하는데 있어서 박대표가 말하는 실력과 정책은 소개되지 않고 박대표의 혈통, 계보만 강조되고 있었다.


박대표의 연설을 듣고 있던 심씨는 “요즘엔 선거가 곱지 않어~ 예전엔 좋고 그랬는데...요새는 통 곱지 않아~”라고 덧붙이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과거 선거 운동에서는 먹을 것과 음악이 즐거웠는데 요새는 통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 같은 반응은 유권자 인터뷰 동안 많은 사람에게 나타났다. 그곳에 모인 노년층 유권자들은 아직도 과거 선거 운동에 대한 아쉬움이 큰 듯했다.


2. 반대하면 맞아야 하나요?


오전 9시 40분 경북 의성 안계장터 가두 연설과 10시 30분 안동 신시장 순방을 끝으로 영남권 민심잡기 일정은 끝이 나고 오후에 박 대표는 대전으로 향했다. 분초를 다투며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 달리고 뛰는 운동원들과 박 대표는 차에서 내리자 마자 바로 유성시 서구에 있는 복지회관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복지회관 앞에서 박대표가 밝게 웃으며 화답하고 복지회관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 저쪽 구석에서는 서구 주민 한명이 당원들과 거칠게 다투고 있었다. 마침 시점이 박 대표가 옆으로 지나갔던 순간이라 당원들은 주민의 거친 반응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항의하는 주민을 군중 밖으로 밀어내려고 거칠게 다루고 있었다.


배지를 단 당원들은 낮게 깐 목소리로 “조용히 해 조용히 해! 너 지금 조용히 해! 여기가 어디라고!”라는 말을 반복하며 주민에게 무섭게 위협을 가했다. 취재 기자를 의식한 듯 욕설은 자제하고 있었지만 덩치큰 당원들 4~5명이 한명의 남성을 위협하는 모습은 가히 주변인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그러나 모든 취재기자들은 박근혜 대표를 따라 복지 회관으로 들어가버린 상태였다. 위협을 당한 주민은 “자기 의견 얘기하는데 왜 방해하는거여? 아 독재자의 딸은 보기 싫다고오~ 그럼 자기네 동네에서 하라고 그래”라고 항의했다. 결국 주민은 멱살이 잡히고 몇차례 주먹으로 밀린채 군중 밖으로 밀려갔고 옆에서 아내는 “여보 들어가자~ 들어가자~ 그만해요~”라는 말만 하고 있었다.


강모씨(50, 서구 월평동)는 “독재자의 딸은 오지마라~ 여기 우리 동네니까!” 라고 외친 뒤 그런 일을 당했다고 말했다. 독재자의 딸 운운하는 것이 당원들의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강씨는 흥분을 참지 못하면서 “여기 온 사람들 다 동원된 사람일 꺼예요~여기 사람들 밤에 일하는 사람이 많아서 지금 시간에 쉬어야해요~ 이러는거 하나도 안반갑다구요~ 막일하고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순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근혜를 대표로 내보냈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국민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니에요? 한나라당이고 박근혜고 뭐 하나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은 것도 아니야. 지금까지 단 한번도 국민 이롭게 하는 정책 내보낸거 없어!”라며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옆에서 강씨를 거들던 마모(66, 여, 서구 월평동)씨는 “한나라당이 이렇게 하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거여!?”라고 발언하자 당원들이 거칠게 몸을 들이밀며 “당신 이런 아파트 사는 게 누구 때문인지 알어!”라고 대응했다. 마씨는 이에 “ 나 참! 기가 막혀서... 아니 매스컴 나오는거 보면 노인네들이 밥 못먹고 전기세 5000원 못내서 쩔쩔 매는데 한나라당은 이렇게 크게 하니까 그런건데 그런데 뭐라고? 이런 영세민 아파트 산다고 무시하는거여!?”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씨는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기자를 잡고 하소연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모(41,여,서구 월평동)씨는 “ 여기 있는 사람들은 밤에 일하는 사람이 태반이야~ 이렇게 자고 있는데 '쿵짝 쿵짝'하면 잠도 못자고 이게 뭐야~내가 저번에도 너무 시끄러워서 목욕탕에 가버렸어... 자려고! 오늘도 목욕탕 가려고 나온거야 너무 시끄러워서~ 아이구~참...”

마침 복지 회관을 나오는 박대표에게 사람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것을 보고 저 사람들이 주민들이 아니라 동원된 사람이냐고 묻자 “ 뭐 다 동원된 사람이야 하겠어? 주민도 있긴 하겠지 근데 다들 박근혜 좋아서 저러는거 아냐 그냥 구경하러 나온거지...” 한씨는 한나라당 이름으로 문자가 계속 온다면서 “그래서 내가 얼마전에 신고도 했어~! 아이구 성질나...! ”라며 분을 이기지 못한 듯 한참을 불만을 토로하고서야 자리를 떠났다.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민생탐방을 한다고 나선 박대표가 열심히 들어야 할 이야기는 환호와 연단에서 미리 주문한 “박근혜” 구호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강씨와 같은 쓰디쓴 비난의 말을 더 깊이 새겨야 하는 것 아닐까?

(국민일보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