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 6시 30분 산행통보,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산행은 말 그대로 전격적이었다. 그리고 이날은 투표일 D-4. 출입기자들과 예민한 시기에 산행에 나선 노 대통령은 ‘자신에게 봄이 오려면 두 번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그것이다.
비정상적인 시간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의 산행통보. 왜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기자들과 산행에 나섰나. 오늘이 선거를 불과 4일 앞둔 시점임을 생각해 보면 대통령은 자신을 등장시킴으로 해서 이번 선거가 자신의 진퇴와 관련이 있음을 ‘두 번의 심판’이란 표현을 써서 암시했다.
2. 한 달 동안, 잠잠하던 대통령이 왜 갑자기 등장했을까. 열린우리당 지도부, 정동영 등을 비롯한 차기를 노리는 세력들은 대통령의 조기입당도 반대했다. 대통령의 입당이 우리당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입당하면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끈질기게 입당하려고 노력했다. 그 당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30-40% 내외였다.
대통령이 침묵하던 한 달 동안, 우리당 잘했나?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한나라당이 미친 사람처럼 방송사를 찾아다니며 ‘살려주소!’할 때도, 박근혜가 대구를 방문해 ‘살려주세요!’ 할 때도 열린우리당은 대세론에 안주했다. 뭐 하나 내놓은 게 없다. 이런 무력한 정당은 보다 처음이다.
3. 대통령의 전격 산행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단순화시키면 ‘우리당이 위급하다’는 것이다. 얼마나 위급했으면 새벽 6시 30분에 출입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산행을 통보했겠는가. 이 때문에 밤새 술 마신 출입기자들 산행 중에 힘들어서 몇 번씩 쉬어야 했다지 않은가.
지금 상황을 냉정하게 놓고 본다면, 아니 지금 당장 투표한다면 당신은 어느 당이 1당이 되리라고 생각하는가. 대답은 불행하게도 한나라당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오늘 투표하지 않고 우리에게는 4일이라는 황금과 같은 시간이 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4. 허영이라는 사람이 있다. 헌법학의 권위자 중 한 명인데, '반노'다. 근데 사실 대부분 교수들이 반노다. 우리 사회 학벌주의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족이지만 만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학을 나왔어도 이 정도로 수모를 당했을까?) 그 허영이 뭐라고 했는데,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질 않는가.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이기도 한 허영의 결론은 '사유가 되지 않는다. 헌재는 기각하되 그냥 기각하면 대통령이 또 그런 짓을 할 것 같으니까 대통령에게 경고를 주고 기각하라'고 말하지 않았나.
아주 웃기시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대학에도 합격 아니면 불합격이다. 우리나라에 조건부 합격 없다. 헌법재판소 법에 의하면 기각 또는 가결 뿐이다. 경고 후 기각은 어느 나라 법전에 있는 말인가. 조금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헌재에서는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반노'의 기치를 높이 든 허영은 왜 <경고 뒤 기각> 발언을 했나. 그것은 한나라당에게 명분을 주기 위함이다. 무슨 명분?
5.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1당이 되면 <너 내려와!>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하야 공세를 본격적으로 펼칠 것이다. 불행하게도 대통령은 '재신임을 총선과 연계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1당 됐을 경우의 가정이다. 한나라당이 1당 되면, 헌재의 판결이 중요하지 않다. 100% 그들은 대통령에게 재신임에 실패한 책임을 물으면서 하야하라고 압박하게 될 것이고, 자존심이 강한 노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 지 모른다.
바로 위와 같은 맥락에서 허영의 발언을 이해해야 한다. 누가 보더라도, 탄핵 사유가 되기에는 사안이 너무 경미하다. 그런데 헌재는 다 알면서 왜 자꾸 증인신청을 받아들여 판결기일을 늦추고 있는가. 우리당의 지지도와 헌재의 재판속도는 굉장한 상관성을 보여줬다. 우리당이 잘 나갈 때, 헌재는 신속했다. 재판이 곧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 어떤가. 한나라당이 치고 올라오니까 헌재는 뜬금없이 측근비리도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는 논리로 증인신청을 받아들였다.
6. 정동영이 무한책임을 진단다. 지금은 투표일 D-4일이다. 대구에 출마하는 두 후보는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선거운동을 포기했다. 부산도 디비진단다. 정형근을 여유있게 눌렀던 이철도 불안하다. 연합뉴스, 내일자 한국일보 등에서 판세 분석을 한 것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열린우리당이 앞선다. 많이 앞서는 것으로 나왔는데 영남에서 18-20곳이 경합 중이란다. 정몽준도, 권영길도, 이철도 위험한데... 도대체 어디가 경합 중이라는 말인가. 묻고 싶다.
문제가 뭘까? 정동영 발언이 파문으로 확산되고 한나라당에서는 이색적인 광고를 냈다. 늙은 어머니로부터 회초리를 맞는 그 광고였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그 광고가 나왔다. 40대 중반의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남자가 그 광고를 보더니 말했다. '뭔가 가슴이 찡한데~'하고. 열린우리당 공식 선거전 들어오고 나서 유권자들에게 가슴 찡한 뭔가를 줬나? 발언파문밖에 더 줬나? 탄핵심판론만 가지고 선거를 끌고 가려고 하지 않았는지 반성할 일이다.
7.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노무현 대통령을 구해주세요(부산아! 대통령을 기억하라... 도 좋을 듯 싶다)'라는 정말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당장 부산역 광장으로 가라. 침묵시위할 때처럼 X표 된 마스크를 쓰고 다른 말 할 필요없다. 기자들이 물어봐도 다른 말 할 필요 없다. 다른 피켓을 몇 개 들고 가서 그 피켓의 메시지를 영상으로 내보내게 하라.
'영남 68석 중 68석을 한나라당이 석권하게 됩니다.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이대로라면 노무현 대통령이 어렵게 됩니다. 대통령을 구해주세요'
최근 고민한 방법 중에서 열린우리당이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노무현 대통령을 구해주세요'밖에는 없다. 정말이다. 부디, 나의 고언을 깊이 새겨주기 바란다.
문제는 역시 정동영이다. '노풍 발언'으로 그는 미움받는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침묵 속에 플래카드를 들고 있을 때, 정동영은 그 앞에서 거적깔고 무릎을 꿇으라. 석고대죄하라. 울 수만 있다면 울어라.
"부족한 저를 혼내주십시오. 그러나 저희 당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대통령이 위험합니다"라고 쓴 팻말을 옆에 달고 석고대죄하라.
8. 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어지고 있다. 새벽 6시 30분의 긴급전화... 이게 많은 현실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