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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심야토론을 보고...


BY 헤레나 2004-04-18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달라진 것은 '토론'이 일상화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과 일반 검사들이 티브이에서 토론한 이후 우리나라 티브이,라디오,인터넷 할 것 없이 토론공화국을 방불케 할 정도입니다.

요즈음 토론회를 보면서 그 재미에 푹 빠졌는 데 오늘 KBS심야토론은 열린 우리당이 과반수 제1당이 된 이후 처음보는 토론이었는 데...재미있었습니다.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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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재미있으려면, 일단 공방이 오가야 합니다. 적절한 분노가 섞인 발언도 있어야 하고. 즉, 온탕과 냉탕을 적절히 왔다 갔다 해야한다는 거죠.

그리고 토론의 주제가 중구난방이 되면 뜬 구름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전혀 집중이 안된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토론자들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알게 된다면 금상첨화겠지요.그런 의미에서 이번 토론은 꽤나 만족할만한 것이였습니다.
 
 
송영길 - 이 사람 쉽게 볼 수 없겠네요. 발언에서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낄 수 있네요. 또한 한 성격 할 것 같네요. 즉, 자신의 기준에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할 사람이네요. 대략 좋습니다. 유시민과 같은 스타일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토론 스타일만 본다면 정반대네요.
 
노회찬 - 이 사람 눈치 빠르네요. 그런데 그것 뿐이네요. 순간적인 눈치는 빠르지만 분위기 파악은 못하네요. 제가 노회찬을 우려 섞인 눈으로 보는것은 그의 '토론회 스타'라는 명함 때문입니다.

국회와 국회의원을 까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유쾌한 일이죠. 노회찬은 철저히 국회의원과 국회를 코미디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인기를 얻었죠.

정치풍자 코미디 프로가 왜 나쁜지 아세요? 바로 양비론 때문입니다. 다 똑같은 놈이라고 하면 정치혐오증에 걸리고 투표율 하락을 가져오죠. 국회의원이 아닐 때의 노회찬이라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된 이상 '토론회 스타'여서는 안되죠.

민주노동당은 내부고발자 역활에 충실하세요. 욕심 부리지 말라는 말입니다. 17대 국회에서 내부고발자 역활만 충실히 해도 18대에서 지금보다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국회가 코미디의 소재가 된다면 지금은 유쾌할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전혀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제가 노회찬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원희룡 - 열린우리당의 과반에 정신이 혼미한가 봅니다. 대략 말이 꼬이네요. 하지만 2선이라 그런지 어느정도 여유가 있어 보이네요. 압권은 탄핵에 대해서 송영길과 논쟁한 것입니다. 원희룡은 유시민 보다는 송영길 스타일에 쥐약이네요. 정의감을 가지고 덤비는 사람한테는 대략 힘을 못쓰네요. 새가슴 같습니다.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은 겁쟁이가 된다고 했던가요?
 
이낙연 - 이 사람 어떻게 해야 합니까? 측은하네요. 이낙연에 대한 논쟁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민주당이 해체 안했으면 합니다. 그것은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불러 올 것이 뻔하거든요.

저의 대안은 이렇습니다. 이낙연 등이 민주당 이끌어 가세요. 지금의 이낙연을 보면 선거법을 개정하면 4년 후에 민주당은 가능성 있을 듯 하네요. 첨부터 당 총재, 원내대표라는 이름표 달고 태어나는 사람 없습니다. 이낙연이라고 못할 게 없다는 말이죠.

추미애가 대권 후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었습니까? 이낙연에게 바라는 것은 한가지 입니다. 지금의 모습을 잃지 마세요. 앞으로 지켜 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낙연이 열린우리당에 꼭 들어 올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마음가짐이라면 말이죠. 아무튼 이낙연에 대한 논쟁은 생산적일 것 같네요. 서로의 가치관도 파악해 볼겸해서.
 
김수진 - 개인적으로 이 사람 좋지 않게 봐왔습니다. 하지만 3.12 이후에 토론회에 나와서 한 발언을 보면 대략 뭐가 중요한지는 아는 사람 같더군요. 평소에는 양비론으로 일관했지만, 3.12 이후에는 놀라서인지 탄핵의 부당성에 대해서 말하더군요. 좀 더 지켜봐야 할 사람 같습니다.
 
정진영 - 노코멘트
 
사회자 - 열린우리당을 과반 여당으로서 배려하는 모습이 약간 보이네요. 아, 배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눈치 본다고 말해도 되겠네요.
 
2번 의제 탄핵철회에 대한 토론이 가장 압권이였습니다. 일단 전적으로 현실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교수들이 낄 틈이 없었죠.

노회찬이 따라갈 레벨도 아니였고. 송영길의 발언에 원희룡은 동문서답하는군요. 대략 쫄았다고 봅니다. 알찬 토론이였습니다. 시간이 한정된게 아쉬울 뿐입니다. 이라크 파병을 좀 더 깊게 다루었다면, 각 토론자의 가치관을 더 확실히 알 수 있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유익한 토론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