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임은 도데체 누가 져야 하는가요?
3ㆍ12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가 지속되면서 중 요한 국가정책 결정이 늦춰지는 등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고건 국무총리의 권한 범위가 아무래도 통상적인 현안을 챙 기는데 그치고 있으며 그나마도 고 총리 스스로 4ㆍ15 총선 이후 사퇴를 기정 사실화했기 때문에 이른바 '2중 레임덕' 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안팎 에서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중국 네덜란드 정상과의 회담이 불발되고 북핵 6자회담이 차질을 빚는 등 외교정책의 공백이 가시화하고 있으며 공기업 인사도 유보되고 있다.
내년도 나라살림을 편성하는 구체적인 지침이 정해지지 않아 혼선이 초래되는 것을 비롯해 '2만달러 국가' 를 위한 주요 연구개발(R&D) 투자 집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외교 공백 심각=노 대통령은 '나라의 얼굴' 이기 때문에 외교 분야에서 공 백이 유난히 크다. 오늘날 외교의 근간을 이루는 정상외교가 '올스톱' 상태다.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위한 한ㆍ러 협의가 보류됐고 4월로 예정됐던 네덜 란드 총리의 방한도 연기됐다. 또 외신에 따르면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당초 노 대통령과 먼저 만날 예정이었지만 탄핵에 따른 국정 공백으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먼저 만나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 15~16일 방한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노 대통령을 대신해 고 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나고 돌아갔다. 일각에선 체니 부통령의 위상을 고려 해 노 대통령과의 만남을 고려했으나 정치적인 공방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 에 따라 취소했다.
◆ 주요인사 인사 유보=공기업 인사도 임기 만료된 자리에 대한 정례적인 인 사만 진행되고 있을 뿐 내부개혁과 경영혁신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인물 발탁 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것처럼 대통령이 임면권을 갖는 44개 기관과 65개 직위를 대상 으로 한 매머드 인사태풍은 불가능한 상태다. 이러한 물갈이 작업은 대통령 직 무정지 상황이 끝나야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기업 인사에서 진전을 본 것은 폭설피해 책임으로 사의를 표명한 도로공사 사장과 임기가 끝나는 KOTRA, 수출보험공사, 수자원공사 사장의 교체작업 정도 .
이 부분은 공모절차를 밟고 있거나 계획중이다. 또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부원 장보 등의 선임절차는 마무리됐고 금융통화위원과 금융감독원 감사 선임문제도 진행중이다.
그러나 일부 지방자치단체 및 신설된 소방방재청 인사는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4·15 총선 이후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개각은 고 대행체제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병준 정부혁신ㆍ지방분권위원장은 "대통령이 없어 주요 국가정책과 현안 조 율에 크게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며 "국정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는 게 사실" 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연구개발(R&D)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며 "중국 일본 등 이웃나라는 뛰고 있는데 한국만 기술전쟁에서 뒤처질 위기에 처해있다" 고 우려했다.
◆ 예산 집행 차질=정부 부처별로 분야별 규모를 주고 그 범위 내에서 자율적 으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는 사전재원배분제(톱다운)는 구체적인 시행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예산당국이 짜주던 것을 각 부처별로 자율적으로 집행계획을 만드는 획기적인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결정하는 문제는 아직 가닥을 잡지 못 하고 있다.
예산회계법상 일정으로 따지면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고 내달 말 까지는 각 부처별 예산요구안에 반영돼야 하지만 이러한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별로 배분될 국가균형특별회계의 편성지침 작업도 덩달아 지 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이양하기로 한 정부보조금 배분문제도 어떤 사업을 얼마만큼 구체적으로 넘겨줄지 아직 확정되지 않고 있다.
우선 국무회의에서 중장기적인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마련되고 이에 따라 2005년 예산지출 한도가 확정되는 게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내년 예산편성지침을 확정하는 방안을 검 토하고 있다.
◆ 중장기 계획 수립 제자리 걸음=산업자원부는 4월부터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이 시행됨에 따라 이달중 5개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었지만 제대로 진 척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의지가 담긴 사안인 만큼 전체 발전계획을 수립할 때 조율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산업 클러스터 등 세부 추진방안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내년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
이현재 기획관리실장은 "4월까지 큰 그림을 마무리하고 각 사업을 진행할 계획 이었지만 늦어지고 있다" 며 "내년 예산에 부분적으로 반영은 되겠지만 종합적 으로 반영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고 말했다.
또 부품 소재, 성장동력 등 차세대 산업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도 애로사 항이 적지 않다.
◆ 통상현안도 교착상태=이와 함께 하반기 최대 쟁점이 될 쌀개방 재협상, FT A 협상 등 외교 현안에도 차질을 주고 있다.
정부는 농림부 차관을 단장으로 관계부처 국장급 이상 간부가 참여하는 쌀 재 협상 대응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의지가 실리지 않은 탓에 정부 부처간의 이견 조율, 농민 설득방안 등 종합적 인 대응 방안은 미흡하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연말까지 협상을 마쳐야 하는데 협상 주무를 놓고 농림부 와 외교부 간 눈에 안보이는 신경전을 벌어고 있고 여론 수렴 등도 제대로 하 지 있지 않다" 면서 "결국은 노 대통령에게 엄청난 짐만 지우게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ㆍ칠레 FTA를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얼마나 어려 웠냐" 면서 "쌀협상은 한ㆍ칠레 FTA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파장이 큰 사안이 다" 고 덧붙였다.
<손현덕 기자 / 김경도 기자 / 윤상환 기자 / 황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