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판결 기다리자는 한나라당의 속셈 ]
◎ "탄핵의 정치적 해결"은 정작 한나라당이 취해야 할 스탠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대통령 탄핵의 정치적 해결을 제의했고, 한나라당은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자고 했다. 총선이후 일련의 한나라당의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을 조용히 기다리자는 박근혜 대표의 발언이 의도하는 무엇인가. 실낱같은 탄핵가능성의 도박을 기대하는 것 아닌가. 일단 터지면 대박이니까.
정치적 해결을 시도한다는 것은 어쩌면 한나라당쪽이 먼저 취해야 할 스탠스이다. 총선이후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면서 대통령 재신임에 관한 정치권의 논쟁은 어느 정도 사라졌을법 하다. 친 한나라당 쪽의 이문열씨가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은 사그라들 것이라고 한 것만 봐도, 그것은 단순히 열린우리당만의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총선에서 정당지지율이 오히려 야당이 많다. 그래서 대통령이 재신임 받은 게 결코 아니다' 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 주장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전여옥 대변인은 예전에 그런 말을 했다. 사회자가 "여론조사가 이렇게 나왔으니, 한나라당이 잘못 아닙니까?" 그러자, 전 대변인이 말했다. "전 사회학을 전공한 사람입니다.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내용보다 이면을 봐야 합니다." 전여옥과 한나라당은 이미 방향감각을 상실해서 현상이 말하는 직접적인 의미보다는 그 이면을 자신의 것과 맞추려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본질과 현상을 정확히 보려는 노력부터 해라.)
총선 이후의 판세, 그리고 민의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이 의식하던 그렇지 않던 상관없이 그들의 판결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탄핵이 얼마나 법적으로 문제가 많고 '허술한 짓'이었는지 한국공법학회같은 단체들이 학술발표회에서 성토하고 있다. 해외언론도 이번 총선은 헌재의 기각을 불러올 것으로 일제히 예고하고 있다. 과연 방향감각을 제대로 갖고 있는 당이라면, 한나라당에게 이런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헌재의 결정이 오기 전, 이것들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혹시라도 헌재에서 탄핵이 결정되면 어쩌지...' 그래서 그런 가능성이 아까워서 지금 머뭇거리는 거라면, 그에겐 또 다른 최악의 시나리오도 다른 동전의 이면과 같이 그들에게 쥐어진다. 탄핵판결 부결.
◎ 한나라당의 정치적 도박
헌재의 판결을 기다린다는 그 탄핵안. 한나라당은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그 엄청난 결과를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는가.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인한 국가적 손실, 국민들의 혼란과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 탄핵안이 기각되면, 그들이 해왔던 지난 사건들 하나하나가 도마위에 오를 것이다. 무고로 판결된 대통령 친인척 비리 특검, 아무것도 건진 게 없는 청문회. 아니면 말고 식으로 해왔던 그들의 정치행태가 급기야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번져 대통령 탄핵이 법적근거 없음 으로 판결났을 때, 아니면 말지 뭐.. 한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을 것인가. 민란이 일어나도 할말 없다. 한나라당사는 방화사건을 대비해야 할지 모른다. 그들은 이런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는 (기각될 확률 50% 이것은 정말 심각하게 대비해야 하는 수치인 것이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끝까지 가보자'는 거다. '끝까지 가보자'는 용감함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한나라당과 그 일당들이 그동안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정치에 익숙해 왔고, 한번도 책임다운 책임을 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면 마는거다. 그게 한나라당과 수구집단의 삶의 철학이요 생존방식이었던 거다.
둘째로, 그러나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이번 탄핵과 관련해서는 이미 댓가를 치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1당이었던 자신들이 제 2당으로 밀려났으며 간신히 개헌저지선 정도의 의석으로 줄어든 것이 탄핵에 대한 심판을 치뤘다는 근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탄핵심판을 받은 당은 민주당 밖에 없다. 민주당만이 탄핵에 대해서 '총선'으로 심판받은 당이다. 지금 민주당은 존립조차 힘들어 오늘 내일 사경을 헤매는 당이 되었다. 이것이 대통령 탄핵을 향한 정확한 민심이다.
◎ 총선으로 심판받은 당은 민주당 뿐
그런데 한나라당은 무엇인가. 그들이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인가. 그들은 영남지역의 사람들을 부추겼다.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웃는 얼굴로 영남사람들의 찌푸린 얼굴을 향해 달려가 끌어안기부터 했다. 그렇게 영남사람들에게 달려가면서 그들이 외친 구호가 무엇인가. '거여견제론'이다. 지금 '여당이 무척 크기 때문에 그러면 국가가 위험하다. 그래서 견제할 야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통한 것은 영남사람들이 이들의 이 논리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호남사람들이 자신들의 맏아들과도 같은 민주당을 추미애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던져버리고, 그들의 적자인 열린우리당을 선택해준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한나라당이 보인 일련의 태도라는 것이 그렇다. 한나라당은 선거기간 내내 탄핵이 총선의 주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 했다. 이번 총선은 인물과 정책의 대결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 말을 하기 전 스스로 탄핵을 철회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인물과 정책대결이 되기 원한다면 탄핵을 먼저 철회하라.. 탄핵을 철회하는 것은 곧 이슈를 없앤다는 것이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끊임없이 그들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그들은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가. 그들에게 대통령 탄핵안이 헌재로 넘어간 것은 일종의 '예금', '저축'이었다. 또 하나의 비자금인 것이다. 자기들이 이번 선거에서 군소정당으로 몰락해도(지역감정 부추기가 실패해서) 대통령탄핵만 가결되면 다시 집권할 수 있다는 '꿈'인 것이다. 그들이 지금까지도 그런 꿈을 꾸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 한나라당에게 탄핵은 건강보험
인물과 정책대결을 하자는 그들의 주장이 먹히지 않자 그들은 '거여견제론'을 끌고나왔다. 그들은 환상을 가지고 선거를 치뤘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던 정책이란 것은 결국 있지도 않은 환상과 부풀려진 여론몰이였으며 결국 이걸 바리바리 싸들고 영남을 찾아간 것이다.
자, 이 시점에서 그들이 총선에서 댓가를 치뤘다는 말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알수있다. 그들이 총선에서 탄핵에 관한 정확한 심판을 받았다고 한다면, 탄핵이 얼마나 정당한 것이었고, 이것들을 함으로써 국가정통성과 민주주의가 어떻게 바로 설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파하고 돌아다녔어야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 그렇구나. 정말 탄핵이 잘된거구나... 라고 설득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한나라당은 탄핵으로 발생한 국민의 반발(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율)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표를 주어 이걸 중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게 본질이다. 견제해야 할 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기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뻔뻔스런 말은 영남에서 밖에 할 수가 없다. 영남은 '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그 일당은 선거기간동안 호남지역에 콧배기도 안 비췄다. 그들에게는 애초에 선거 때 필요한 분량은 딱 영남지역 만큼이었다.
한나라당에 양식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게 얼마나 뻔뻔한 짓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영남인이라면 서로서로 동기애가 싹트는 그 영남인들의 순진한 심리를 이용해 먹은 것이다. 영남 가서 자기들이 변했단다. 변했으니 믿어달란다. 허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변할 테니 믿어달란다. 영남사람들... 그래 믿어보자고 한다.
지역주의의 망령을 쫓아내고 새로운 시대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정치인들이, 더군다나 선거직전 한국정치를 리드하는 대한민국의 1당이 탄핵역풍에서 자신의 안위를 찾고자 영남으로 달려가 그들의 심리를 불쏘시개로 찔러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심판을 받았다'고 머리를 들이대고 있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믿어달라고, 잘해보겠다고 그러더니 이 말이 점점 변해 심판 받았다는 걸로 바뀐 거다.
추미애도 박근혜와 마찬가지로 위급하다 보니 지역주의의 망령을 끌어내려 했다. 그러나 호남인들은 추미애에게 끝내 돌린 등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영남사람들은 박근혜와 그의 한나라당 일당에게 당했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탄핵에 대한 심판을 총선에서 받았다는 본질'이다. 그들의 이런 자세는 헌재의 판결이 기각되어도, 우리는 잘못이 없다 라고 고개 들고 나올 것이 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미 우리들에겐 (부도덕하게 얻긴 했지만) 100석이 넘는 재산이 있다". 그들이 뭐가 두려운가. 좀더 버티다가 대통령탄핵이 가결되기라고 한다면 횡재하는 거고 아니어도 현상유지만 하는 거고.... 한나라당이 변했다고 영남사람들에게 거짓말했다. 상생의 정치를 한다고 한다. 이게 변한 정치집단, 상생의 정치집단의 모습인가?
◎ 한나라의 위기극복을 위해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트리다
국가적 망령인 지역감정을 이번선거에서 확 청산해버릴 수 있었다. 절호의 찬스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일거에 날려버렸다. 믿어달라고 해서, 변했다고 하도 우겨서 영남사람들 한나라당에 몰표 던졌다. 그러면 자신들이 한 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100석 넘게 지지했으면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하지 않는가. 민주당 꼴 날 뻔 했는데... 그런데, 대통령 탄핵철회는 죽어도 안하겠단다. 혹시나 정권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탄핵안이 부결되는 것에는 안중에도 없다. 가결되면 좋은 거고, 선거도 끝났겠다 부결되면 국민들 소리는 좀 지르겠지만, 100석이나 얻어놨으니 밑질 거 없다는 심뽀다.
국민들, 확실하게 기억해 둬야 한다. 한나라당의 뜻대로 헌재판결을 끝까지 지켜보게 되었다고 하자. 그래서 만일 탄핵안이 부결되었을 때 한나라당이 철저하게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기사회생할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놔야 한다.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은 완전히 짓밟아 민주당과 같은 길을 가도록 자멸하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 변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이미 우리 손을 떠난 기괴한 정치돌연변이 집단으로 변해버린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서프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