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5차 공개변론을 앞두고 헌법재판소 한 재판관의 탄핵소추위원측 편들기 논란이 일고 있다.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중인 헌법재판소(윤영철 소장)의 재판관 9명 중에 한 명인 권성 재판관이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국회 소추위원측을 거들고 나섰다는 지적이다.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지난 20일 최도술·안희정씨 증인신문으로 진행된 4차 공개변론 과정에서, 권성 재판관이 이미 기각 결정이 내려진 홍성근 전 국세청 과장에 대한 인증등본교부신청을 소추위원측에서 누락했으니 이를 신청할 것을 촉구했다는 내용을 담은 '증거에 관한 의견'를 작성해 22일 헌재에 제출했다. 결국 기각 결정된 사안에 대해 소추위원을 대신해 인증등본교부신청을 촉구했다는 것은 중립을 지켜야할 재판관의 태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헌재는 앞서 9일 열린 제3차 변론에서 서울중앙지법에 문병욱·이광재, 여택수, 안희정·강금원·선봉술씨 관련 사건에 대해서만 인증등본교부신청을 채택했다. 나머지는 증거방법들에 대해서는 일부 보류하기로 결정하고, 이외의 모든 증거신청은 기각했다. 이번에 문제로 제기된 홍성근씨 관련기록은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권성 재판관은 4차 변론기일에서 "소추위원측이 헌재가 채택한 인증등본송부 촉탁신청에 대해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홍성근에 대한 수사기록 및 재판기록'에 대해서는 신청서에서 누락했으니 신청을 철회하는 취지라면 그 뜻을 분명히 하고 그렇지 않다면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소추위원측 대리인은 "착오였고 곧바로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측 대리인단은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이미 기각된 증거에 대한 조사가 착오로 행해짐으로써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이날 의견서를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의견서 제출은 권성 재판관에 대한 항의 표시 대통령측 대리인단은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5차 공개변론을 앞두고 증거에 관한 의견서를 통해 권성 재판관이 국회 소추위원측에게 유리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셈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권성 재판관의 행동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갑배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헌재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양측의 주장과 신청한 증거·증인을 공정하게 받아들이고 평가를 해야 한다"며 "이미 기각된 증거에 관해서 한쪽 당사자의 입증을 도와주기 위해 증거신청을 촉구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법제이사는 "헌재는 증거 채부를 이미 전체 평의를 통해 기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재판관이 모를 리 없다"며 "평의에서 다시 채택하기로 결정한 것도 아니고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장도 아닌 재판관이 나서서 그렇게 행동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소송지휘권 행사는 재판장이 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일단 기각한 증거에 대해서 다시 신청을 요구하는 것도 재판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홍성근 전 국세청 과장'의 수사기록 및 재판기록은 국세청이 썬앤문그룹의 감세청탁과 관련해 '노'라고 적힌 메모의 의미 등에 대해 대통령이 관련돼 있는지 여부가 적힌 기록이다. 더군다나 이 기록은 검찰과 특검 수사에서 대통령이 관여되지 않았다고 밝혀진 바 있다. 이에 따라 헌재 전원재판부는 지난 9일 3차 변론에서 증거채택을 기각했다. 무엇보다 헌재가 모든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9명의 재판관이 함께 결정한다는 점에서 권성 재판관이 기각된 내용을 몰라 착각했다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이 사실을 소추위원측도 알고서 기록신청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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