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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추,전 세자매를 극복하라....


BY 솔가지 200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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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추미애·전여옥 ‘세 자매’를 극복하라!



여성의원 최다 진입 축하기획

50년을 기다렸습니다. 여성 국회의원이 비로소 두자릿수라는 거 아닙니까. 4·15 총선 결과, 17대 여성의원이 무려 39명, 전체의 13%가 탄생했습니다. 지난 국회의 여성 비율 5.9%에서 비약적 증가를 한 셈입니다. 물론 지역구 당선자가 10명에 그친 건 아쉽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이죠. <허스토리>는 여성 당선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보냅니다. 당선자 여러분들께서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의정스터디’에 돌입하시기 바랍니다. 저희도 스터디 좀 했습니다. 이번 총선 정국에서 정치무대의 주역으로 떠오른 ‘세 자매’ 아시죠? 박근혜, 추미애, 전여옥. 왜 하필 세 자매냐구요? 총선 과정에서 이들이 맡은 배역이 워낙 거시기했거든요. 부패정당 뒷설거지, 지역주의 되살리기, 독설 퍼붓기 등등 ‘남성주의 정치’의 찌꺼기를 패러디하는 데 급급했다 이겁니다. 이제는 더 이상 ‘얼굴 마담’에 동원되는 여성 정치인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세 자매는 여성 정치시대의 상징이자 과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17대 여성의원들에게 제안합니다. “특명·세 자매 극복하라!”

박근혜·추미애·전여옥 ‘세 자매론 혹은 설거지론’

잔치가 끝난 뒤 설거지나 걸레질은 늘 여자몫이었다. 정치권도 다르지 않다. 총선이 끝난 지금 박근혜, 추미애, 전여옥 세사람 앞에는 ‘야당 재건’을 위한 설거지 그릇만 가득하다. 그들의 공통점은 단 한 가지다. 집안의 ‘망쪼’가 들기 시작할 때, 도망간 부모나 오빠 대신 ‘큰 딸’들이 살림을 떠맡았다는 것이다.

콤플렉스는 남과 다르기 때문에 겪는 불이익으로 발생한다. 콤플렉스는 또한 남보다 자신이 낫거나 옳다는 자의식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박근혜, 추미애, 전여옥의 공통적인 콤플렉스는 ‘여성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여성이라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도움이 될 것이 없었다. 4·15 총선 정국에서 박-추-전 세 사람은 비로소 처음으로 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주목받았다. ‘차떼기 정당’ ‘탄핵 쿠데타 주도당’이라는 모욕적인 야당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방패는 바로 ‘여성’이라는 그들의 이미지였다. 당이 바라고, 그들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 박정희-육영수의 현신, 박근혜 먼저 박근혜 대표. 그의 정체는 ‘애국 소녀’다. ‘애국애족’은 아버지로부터 유산으로 물려받은 그의 존재 이유다. 그의 존재는 자신이 의도했든 아니든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자신은 한번도 “아버지를 계승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러나 그의 유세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그가 군중의 환호를 받는 것은 박 대표가 ‘박정희-육영수의 딸’임을, 한나라당이 그들 두 사람을 계승하고 있는 것임을 만천하에 고하는 절차였다. ‘육영수 여사’의 현신이며 동시에 ‘영애(대통령의 딸을 가리킴)양’의 복권이었다. 그러나 뿐만 아니었다. 그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박대표의 최대 자산이 ‘진솔함’이라는 것을 느낀다. 사람을 끄는 대중성과 힘이랄까. 덕분에 탄핵역풍으로 몰락하던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순식간에 급반등했다. 윤여준 한나라당 선대위 부본부장은 “한나라당이라는 거대 정당이 가냘픈 여인의 어깨에 기대 연명하고 있다”고 박 대표의 위상을 밝혔다. (<한겨레21> 4월22일자)

한편,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여성정치인’ 이미지를 거부하면서도 민주당이 어려운 고비에선 어김없이 ‘며느리론’ ‘아내론’을 강조하며 어려운 노릇을 기꺼이 떠맡았다. ‘정치적 아버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정치를 배운 그는 안타깝게도 매번 ‘설거지 당번’이 되어야만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도 아래 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분당을 할 때도, 조순형 대표가 그의 ‘개혁공천’을 거부하며 마지막 회생 기회를 포기했을 때도 그는 잔일을 모두 책임졌다. 총선 당시 그는 호남으로 달려가 삼보일배를 올리고 지역주의를 자극하는 정치적 선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민주당호를 살려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생물학적 아버지와 정치적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박근혜와 추미애에 비해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스스로 나고 자란 ‘나르시시즘’적 정치인이다. 그는 입당 전부터 보수권 의제설정의 대가로, 노무현 대통령을 누구보다 잔인하게 꼬집는 독설가로 유명했다. 그가 입당 직후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투신에 대해 “자살교사죄에 해당한다”고 노대통령을 몰아세운 것은 대표적이다. 강금실 법무장관과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것과 관련 ‘불륜 논평’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때나, 열린우리당 김근태 선대위원장의 친형들이 월북했다며 색깔론을 드러냈을 때도 그는 당당했다. 전여옥 자신은 누구보다 투철한 자기확신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그것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다”거나 “만일 내가 정치에 입문한다면 당연히 대통령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던 그는 ‘국민통합21’에서 ‘한나라당’으로 ‘말’을 바꿔타고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내가 책임지고 한 건데 무슨 데미지를 입냐”(<허스토리>, 2003년 12월호)는 그는 여전히 ‘확신범’이다.

■ 얼거나, 죽거나, 부활하거나 안타깝게도 그들은 총선용 ‘얼굴마담’이 될 수 있을 지언정 실질적인 권한행사는 할 수 없었다. 정책이나 후보결정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당연히 ‘여성의 대표’란 타이틀은 그들의 머릿속에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표는 본인 스스로 밝힌 ‘호주제 폐지’ 공약을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했으며, 추미애 선대위원장 역시 삼보일배 등 정치적인 제스쳐 외에 별다른 정책을 꺼내지 못했다. 전여옥 대변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발군의 실력을 보인 ‘독설공격’은 정책대결이 아니었으며 흠집내기식 남성정치의 흉내내기였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총선 뒤 행보는 어떨까. 총선 뒤 121석을 확보한 한나라당은 오는 6월 전당대회까지 박 대표 체제를 유지하며 당분간 천막당사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정당화로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고 당직개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정당화를 위한 체질개선 작업까지 전망된다.

이번 총선 낙마로 정계에서의 거취가 불투명해진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행보는 불투명하다. 아마도 총선 참패와 민주당 재건의 각종 비상대책에 참가할 테지만 이후 기사회생의 가능성이 대단히 희박해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여옥씨는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무임승차’한 만큼 앞으로 그의 ‘저격수’ 활약이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사저널> 전 편집장 서명숙씨는 ‘세 자매’를 일러 “여자들 가운데 빙산의 꼭지점인 이들이 여성에게 배려와 관심과 헌신과 희생을 하는 모습을 이제까지는 본 적이 없다”며, “여성 정치인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빨리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이제는 그들이 여성을 위한 삶에 복무하고 헌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공동대표는 “검증이 되지 않은 여성정치인과 이미 정치실험을 거친 여성정치인은 당연히 같은 여성일지라도 차이가 난다”며 “힘이 센 남성 정치인의 바람막이나 온실에서 자란 태생적 한계를 딛고 총선 이후 권력투쟁에서 승리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이제야 그들은 비로소 바람부는 들판에 선 격이다. 그들은 ‘조폭정치’ 국회를 원상회복 시키고 여성적 가치를 긍정하며 거듭날 수 있을까. 질기고 은밀하게 오래 살아남거나, 아니면 장렬하게 산화하거나. 세 자매가 ‘여성’정치인에 머물 것인지, 여성 ‘정치인’으로 성장할 것이지 선택은 그들 자신의 몫이다.

글· 이유진 기자 그림· 신규용 (라이브이즈닷컴)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