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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냥


BY 나무 2004-05-20

한계상황(Grenzsituation)
 
실존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실현하는 과정, 즉 자기 존재를 구축해가는 과정으로 파악하는 야스퍼스에 있어서 중요한 개념은 한계상황(Grenzsituation)이다. 야스퍼스는 1919년에 쓰여진 <세계조망의 심리학>에서 한계상황이라는 용어를 언급하고 있으며,<철학>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실존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것이지만 모든 인간이 동일한 상황에서부터 실존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개념을 통해서 구축하는 인식이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범주에서 출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우이다. 야스퍼에게 있어서 실존으로의 도약은 각자마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각자의 삶이 주어지는 방식은 다른 것이다. 인간은 각자의 삶 속에서 다양한 상화에 놓이게 된다. 삶의 상황은 항상 그곳에 처한 인간에게 개별적으로 관계하여 주어지는 것이다.

야스퍼스에 따르면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은 객관화될 수 없는 것인데, 이것은 각자의 삶이 서로 다양한 상황 속에서 전개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모든 인간은 다양한 상황속에 놓여있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각각의 상황에 제약되어진 존재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지금의 순간에 구체적으로 관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고정되어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하면서 인간의 현존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인간의 생각 그리고 행도에 직접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삶의 상황은 인간의 존재를 둘러쌓고 있는 울타리와 같은 것이다.

물론 인간의 이러한 상황속에 처해있는 존재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상황들을 어느 정도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야스퍼스가 말하는 한계상황이란 이런한 소극적인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구체적이고 근원적인 삶의 상황을 말한다.

야스퍼스에 따르면 한계상황은 인간이 거기에서부터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다. 예를 들어 인간은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특정한 노력을 통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 인간은 각자의 노력과 계획에 의해서 어떤 특정한 상황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더라도 또 다른 상황에 이르게 된다.

특히 우리는 인간이기에 닥쳐오는 죽음이라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것으로 부터 우리는 결코 밧어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죽음이라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어떤 식으로든 주어진 근원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야스퍼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한계상황은 변화하지 않고, 오히려 현상할 뿐이다. 한계상황은 우리가 부딧치고 거기에서 좌절하는 하나의 벽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이런한 한계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야스퍼스에 따르면 궁국적이고 근원적인 상황으로서의 한계상황은 결코 변화하거나 또는 우리가 거기에서 벗어나거나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마지막 상황"(letzte Situation)인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한계상황에 처해 있는 존재이다. 이러한 한계상황은 인간의 삶 도처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누구나가 한계상황을 경험한다. 그러나 야스퍼스에 따르면 처해있는 인간의 현존재는 낙관적인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한계상황이라는 용어 속에는 모순, 갈등, 위협의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한계상황에 처해있따는 야스퍼스이 주장은 우선적으로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상황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시의 존재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상황 속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되고 자신의 유한성을 지각하게 된다.

이러한 한계상황에 처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을 이미 앞서 언급한 인간존재의 세 가지 단계, 즉 단순한 현존재, 의식의 일반 그리고 정신의 단계에서는 결코 가능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의 존재 그리고 유한성에 대해서 자각하는 단계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실존의 단계에서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야스퍼스에 따르면 인간은 이러한 한계상황을 접한다는 것, 한계상황을 경험한다는 것은 이미 그 자신의 실존을 염두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한계상황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실존, 그리고 철학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야스퍼스는 한계상황이라는 것을 철학의 심오한 근원"(der tiefere Ursprung der Philosophie)이라고 부르고 있따. 이러한 한계상황의 경험은 어떤 개념적인 사유나 오성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계상황이라는 것은 인간의 존재가 처한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드러낸다. 한편으로는 한계상황은 인간이 상황에 제약되어 있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계상황은 인간의 정신에게는 한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실존의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한계는 하나의 경계를 의미할 뿐 인간존재의 종말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실존의 단계는 이러한 경계 밖에 어떤 것이 있따는 것을 암시해주는 데, 이것은 자기 자신의 본래적인 모습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서 읻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스퍼스는 이러한 한계상황이 인간이 실존의 단계에서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계상황은 인간이 실존의 단계에 이를 때 마주치는 것이다.

아스퍼스는 인간이 이러한 한계상황을 긍정적으로 경험함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것. 즉 초월이 가능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초월-이것은 아스퍼스에게는 실존을 의미하는 것인데--을 통해서 인간은 자기 자신의 유한 성을 극복하게 된다. 야스퍼스에 따르면 인간은 이러한 한계상황에 열려진 눈을 갖고 봄으로써 자신의 제약된 한계를 초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계상황이라는 용어는 야누스 얼굴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야스퍼스는 <세계조망의 심리학>에서 이러한 한계상황을 투쟁(Kampf), 죽음(Tod). 고통(Leiden) 그리고 죄(Schuld)라고 언급하고 있다..


-삶과 실존철학/이서규지음-

"야스퍼스"

독일의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