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호주제의 사회.문화적 영향에 관한 연구발표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여성부가 호주제가 사회.문화적으로 미치는 영 향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번 결과는 21일 오전 서울대 멀티미디어 강의동에서 열리는 "호주제의 사회.
문화적 영향에 관한 연구" 중간 발표회에서 발표될 예정으로, 그 동안 호주제 폐지 를 둘러싸고 위헌성 문제로 일관됐던 호주제 폐지의 정당성이 실질적인 가족관계와 가족 문화, 사회생물학적 측면에서도 개연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 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여성부가 서울대 여성연구소에 의뢰해 이뤄진 것으로 이날 발표회 에는 김광억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한경혜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 최재천 서 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이 발제자로 참여한다.
김 교수는 미리 배포된 발제문 "국가-사회의 관계 속에서 호주제가 가족문화 에 미치는 영향:비교학적 접근"을 통해 호주제가 근대사의 산물임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호주제는 조선시대의 호주제와 다른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 고 전제한 뒤 "호주제가 이미 폐지됐어야 하지만 전쟁과 분단, 폐허, 국가재건 등의 벅찬 현대사를 헤쳐오며 사회질서 유지에 필요한 모든 비용과 역할을 국가가 감당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역할을 가족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일제가 만든 호주제를 바꾸거나 폐지해야 할 필요성을 생각할 여유 조차 없다는 것.
김 교수는 "중국과 일본 역시 유교전통을 바탕으로 하지만 호주제는 우리 나라 에 유일하게 남아 있다"며 "호주제가 없어도 가족이나 사회질서가 해체되거나 혼란 에 빠지지 않으며 가족이라는 것은 사회적.문화적 구성요소이므로 호주제가 폐지되 면 가족이 해체된다는 말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호주제의 가족관계 및 가족문화적 측면:성인남성의 삶에 반영된 모 습"이란 주제의 논문에서 호주제 하의 가정의 모습은 현재 한국 가정의 보편적인 모 습이 아님을 역설했다.
그는 "호주제에 상관없이 현재 한국의 가족은 전통적 의미의 가족구조, 가족범 주 및 가족 관계 측면에서 크게 변했다"며 "호주제가 상정하는 "가족"은 더 이상 한 국가족의 보편적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호주제 논의를 여성, 남성, 자녀의 문제로 나눠 볼 것이 아니라 이들이 모여 구성하는 가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호주제에 의한 가부장적 가치 및 문화가 여성 뿐 아니라 남성의 삶도 억압한다는 사실도 주지해야 한다고 강조했 다.
그는 호주 지위의 계승이 가져오는 부양의 책임, 가장으로서 경제적 부양 책임, 아들 선호, 가족 관계의 위계 등을 고려할 때 딸만 낳은 장남, 과도한 노부모 부양 책임을 지고 있는 남성, 자녀가 있는 여성과 재혼한 남성, 실직한 가장 등은 호주 제의 피해를 보고 있는 남성이라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현재 호주제에서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가족의 보편성은 점점 감소하고 있으며 한국 가족의 변화되는 실제와 호주제가 상정하는 가족 개념 및 가족 관계 간 의 괴리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재천 교수는 사회생물학적 측면에서 호주제 폐지와 한국 남성의 삶을 살폈다.
그는 "호주제 폐지와 대한민국 남성의 삶;사회생물학적 접근"이란 주제의 논문 에서 호주제의 부계혈통주의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으며 자연계의 혈통이 암컷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생물학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가부장 제도가 한국 남성들에게 가하는 스트레스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 중년 남성들의 사망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호주제가 폐지되어 가부장 적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여성과 남성이 함께 짐을 지고 가정을 꾸려나감으 로써 한국 남성들의 사망률도 떨어질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sunglok@yna.co.kr [연합뉴스]2004년6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