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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몰려다니기 좋아하는 시댁식구들


BY 삼년차 2004-06-28

저는 결혼한지 삼년차 아직 아기없는 새댁입니다.

단촐한 친정식구들사이에서 자라고 친정아빠형제들이 다 의가 없던 터라

아빠가 장남임에도 친척들의 교류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명절때는 외할머니보러만 갔었구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친정아빠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와 오빠들은 절 너무도 자유롭게 편하게 대해줬어요.

그러다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는데요

엄마는 항상 단촐한 집이 편한데 그렇게 시댁식구 우글거리는데

시집가서 제가 좀 걱정된다고 하셨어요.

 

막상 결혼해보니 시댁이 코앞이고

주말마다 시부모님 전화가 오는데 정말 항상 머리위에 시부모님계시는 것같고

스트레스가 말이 아닙니다.

남편은 자기식구들이니까 편하겠죠.

그리고 어릴때부터 어떤 훈련을 시켰는지 저사람들 부모말씀이라면 아주

껍뻑하고 절대 거절하거나 싫다고 말하는걸 본적이 없어요.

전 아무리 엄마말씀이라도 오빠 말이라도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서

커왔거든요.

저 결혼하고 명절전날 형님들보다 늦게 온다고

시어머니에게 혼줄나고 오라고 하셨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못간다고 할라치면

제얘긴 듣지도 않고 그저 큰 호통을 치시고 오라고 전화 끊으십니다.

 

저 집안식구들 쓰러지지 않은이상 아픈걸로 안치십니다.

그래서 며느리는 절대로 아파도 안되고 아픈티를 내서도 안됩니다.

집안 분위기 흐리니까요.

울신랑도 마찬가지구요.

생리통이요? 그건 아픈측에도 끼질 않습니다.제가 자궁후굴이라

생리전증후군하고 생리통이 좀 심하거든요.

남편은 절대 이해를 못합니다.

직장에 다닐 때도 시댁에 이삼주에 한번씩 평균 이주에 한번꼴로 꼭 갔거든요.

 

얼마전에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시부모님도 슈퍼를 정리하셨어요. 그런데 그만두시니

이제는 주말마다 부르시네요.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어요.

막상 시댁가면 제가 애교도 있고 말주변도 있어서 괜찮긴 한데요

그 오라시는 강제전화에 전혀 자기주장없는 남편에

(남편은 그저 제가 시댁가길 싫어한다고 매일 모시는 며느리도 있는데

어떠냐고 절 나쁜며느리 취급입니다.이 점이 전 서운해요.)

억지로 가는 제심정이 어떻겠어요. 항상 그런건 아니고

사람이 몸이 좀 안좋거나 컨디션이 그러면 가기싫잖아요.

저도 즐겁게 휘파람 부르면서 시댁갈 때도 있거든요.

그치만 왜 주말마다 가야하는지 의문이고

또 제가 남편하고 결혼했는지 시댁식구들하고 결혼했는지 의문이에요.

 

왜냐하면 남편은 언제나 365일 바쁘기 때문에

사실 주말에도 이런저런 경조사에 시댁에 가야하고

사실 우리둘이 한달에 한번 데이트하기도 힘들구요

남편이 엉덩이가 무거워서 장보러 가자고 해도 싫다고 하고

요앞에 산책겸 운동가자고 해도 싫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혼후에 배도 많이 나왔어요)

그러나 시댁에서 오라고하면 최면걸린 사람처럼

스프링처럼 튕겨서 갑니다. 남편은 시부모님과 형님들을 무서워합니다.

절대 거역못합니다.

전 숨이 막힙니다. 우리둘이 평소에 알콩달콩 재밌게 살면서

시댁을 자주 가야한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신랑이 바빠서

우리둘도 같이 보내는 시간이 없어요.

그래도 매일 같이 사니까 낫지않냐구요?

신랑을 포함한 시댁식구들 과묵하고 재미 딥따 없습니다. 남편은

집에오면 컴하다가 잡니다. 대화도 항상 저혼자 재잘대다 끕납니다.

우리 시부모님은 더합니다.

두분이 슈퍼 그만두고 하루종일 한마디도 안한답니다.

그러니 두분이서 썰렁하니 주말만되면 자식들 부르십니다.

 

전 그냥 두분이서 인생을 즐겼으면 합니다.

우리들은 가끔 부르시구요. 휴

여름휴가는 당연 시댁식구들이랑 갑니다. 우리신랑 여름이면 더 바빠서

휴가가 딸랑 하루인데 그거 시댁식구들이랑 갑니다.

첫휴가때는 쫄쫄이 굶고 세시간을 시골같은 곳으로 가더니

사슴피를 먹으러 간거더군요.

언제나 바쁘지만 시댁식구들에게는 항상 시간이 활짝 열려있는

남편입니다.

제가 애기라도 빨리 생긴다면 시댁식구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을텐데 애기도 맘대로 안생겨서 저는 정말 겉도는 느낍입니다.

 

너무도 부지런하고 성공에 대한 열망이 많은 시댁식구들

에게 어떻게 직장을 그만뒀다고 말해야할지 입이 잘 안떨어집니다.

이상하게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는데 전 그들앞에 서면

주눅이 듭니다. 애안생기는 것도 제탓인 것같고

애도 없는데 집에 있는것도 면목이 없고 노는 사람같고  괜히 저 스스로

주눅듭니다.

 

친정식구들이나 친구들은 저의 있는모습 그대로를 좋아해주는데

그들과의 관계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직장을 다녀야 좋아하고 대우해주는 느낌이고

말잘들어야 좋아하고 꿀꿀한 표정지어도 뭐라하고 (배아파서 그럴 수있는데)

애없이 집에있으면 더 시도때도 없이 부르십니다.

결혼하고 저는 자유를 잃고 이렇게 구속되는 느낌에 숨이 막힙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모두 옳고 시댁식구들이 이상하고 나쁜사람들처럼

비춰져을텐데

그들의 인성은 다들 좋은편입니다. 가족애도 대단하고 부지런하고

사람을 깐깐하게 들들 볶는편도 아닙니다. 시누들도 좋구 형님들도 좋습니다.

하지만 왜 그들앞에서면 저는 주눅이 들고 어색해질까요.

너무 잘난 시댁식구들입니다.

그렇다고 빵(생활력)과  자유를 바꿀만한 용기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유가 목마르게 그립네요.

신랑은 일년에 친정에 한번도 전화안합니다.

어쩔땐 집단 이기주의같기도 하네요. 형님들도 말씀하십니다.

저핏줄사람들 집단 이기주의라구요. 자기들핏줄밖에 모른다구요.

그부분에 있어서는 그 어떤 이성적인 말도 안통한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