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의 전화번호를 정리하다 내 수첩에 적힌 친구들의 이름을 보니 전화 걸 곳이 마땅칠 않다.
난 전업주부다.그런데 내 친구들은 거의다 직업을 가지고 있다.결혼전부터 쭉 가지고 있는 애들도 있고,어느 정도 애 키우고나서 직업을 가진 친구도 있다.
하다못해 이웃집에서 알게 된 아줌마들도,집에서 과외하거나 미술전공한 사람은 아이들 그림을 지도한다거나,그도 아닌 사람은 대학원을 다니거나,교대에 편입하거나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아님 밑천이 있어 장사를 한다.그런 재주도 없는 사람은 부동산으로 집 굴려서 집 평수라도 늘린다.
학교 다닐 때 나보다 공부 못했던 애들 중에도 지금은 나보다 당당한 사회인이 많다.
난 둘째가 아직 돌이 안됐다.내 나이는 35이고.
아이가 어느 정도커서 어린이집이라도 보낼 나이가 된다면 난 30대 후반이다(난 아이는 되도록이면 엄마 손에서 커야한다는 주의다,하지만 나 개인으로도 성공하고 싶다,욕심인줄은 알지만).
그러니 요즘같이 일자리 구하기 힘든 세상에 그 나이의 아줌마를 받아줄데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나 같이 특별한 자격증도 없는 사람은 더 할 것이다.
나도 뭔가를 하고는 싶다.
하지만 아직 아기가 어린데다가, 나 자신이 몸도 약한 편이고,가정에만 메어 보낸 시간이 너무나 길어서 무엇을 하려고 해도 용기가 나질 않는다.
지금껏 아이들은 성심성의를 다해 키웠지만,그 애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거고,내가 그렇다고 재테크에 강한 것도 아니고,몸도 약하고, 집안 살림이나 요리등이 남보다 월등한 것도 아니고...
이러다가 말년에 나만 아무것도 남는게 없는거 아닌가,걱정된다.아이들이 더 이상 날 필요로 하지 않을 땐 난 껍데기만 남고 몸은 늙어가고 기억력은 점점 더 없어져가고...
다시 공부하는, 직장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 친구들이 존경스럽다.
오늘같이 가스렌지 켜놓은거 잊고 1시간 가까이 외출했다가 불낼뻔한 내 자신을 보면 내가 더욱 한심해진다.
우리 친정엄마는 60이 넘어서까지 일을 하셨는데,그러신다,너 같이 젊은 나이에 자기일 없이 집에만 있는 사람은,몸이 아픈 환자가 아니고는 어디가 덜 된 사람이란다.
날 보며 스스로 그런 사람으로 자책을 하게 된다.혼자 바깥일 하는 남편에게도 자꾸 미안하고 눈치보이고,시댁에도 당당하지 못하고 그렇다.
남편은 왜 남들과 비교하며 사냐고,사람 사는게 다 다른거지 신경쓰지 말라고 하지만,자꾸 늙은 뒤의 내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