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자마자 내 앞에 놓여 지는 커피 한 잔 그 진한 향기와 따스함에 취해 단정히 홀로 앉아 하루 스케쥴을 점검한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정해 둔 것도 아니건만 벌써 이십 여 년을 그렇게 하루를 열곤 했다. 내 곁에서 십 삼년을 함께 했던 미스김은 내 취향을 너무나 잘 알아 입 안의 혀처럼 커피 한스푼 프림 두 스푼 그리고 사랑 가득 담아 조제한 그녀만의 특별 비법으로 내 입 맛을 길들여 놓았다. 후임으로 온 장선생은 도대체 똑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내 입맛에 맞출 줄을 모른다. 2년이 다 가도록 결국 그 맛을 못 찾으니 이젠 할 수 없이 인스턴트를 마시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길들여 진다는 건... 자신도 모르는 새에 그에게 익숙해 진다는 건... 비록 곁에 없을지라도 늘 그와 함께 한다는 게 아닐까... 커피를 마실 때마다 정성껏 잔을 데워 마지막 물의 온도까지 신경을 써 주었던 그녀를 떠 올리는 것처럼 그리움이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아도 서서히 드러 나는 안개 같은 것... 오늘도 난... 커피 한 스푼에 그리움 두 스푼을 함께 조제한 향긋한 사랑을 마신다... 향기로운 그리움을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