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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빨이 올라서.....


BY 나의복숭 2004-07-27

목이 껄끄럽고 감기기운이 있는거 같아 약을 사러 가는길였다.
슬리퍼를 끌고선 어슬렁 어슬렁 팔자좋은 걸음으로 가고 있는데
저 앞쪽에서 자전거 한 대가 쏜살같이 달려온다.
저리 달리다가 중심 잃으면 넘어질껀데...
생각이 마악 들자말자 끼익 부레이크 잡는 소리가 들리드니
피할세도 없이 자전거가 내 옆에서 팍 넘어진다.
"아이구 야야. 뭐가 급해서 그리 속력을 내노?"

아이가 넘어진만큼 일단 애를 일으켰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어 보이는데 즈 아버지 자전거를 끌고 나왔나
체격에 어울리지 않게 자전거가 무지 크다.
별 다친데는 없는지 슬며시 일어서드니
자전거를 일으켜선 타고 그냥 갈려고 폼을 잡는다.

내 다리 발목쪽을 보니 긁혀서 피가 조금씩 베어 나오는데
약이 팍 오른다.
아니 무슨 애가 지가 넘어져놓고선 죄송하다 소리도 않고
그냥 갈려고 하누?
잠자고 있든 내 더러운 성질머리가 이럴때 가만 있다면
정상이 아니지..
난 괜찮다 치고 다음번에 또 이런일이 있을시엔
다른 사람이 피해볼꺼니 버리장머릴 고쳐야지하는 명분으로
그냥 갈려는 애 자전거를 붙잡았다.
사실은 약이 올랐서 그랬지만..ㅎㅎㅎ

"야야. 니가 인도에서 속력 내다가 아줌마 긁키게 했으면
잘못했습니다 하고 가야지..그냥 가면 어떻하니?"
약간 음성을 내려깔고선 내딴엔 좀 젊잖게 야단을 쳤지비.
내 아들 같았음 뒷통수부터 한대 후려쳤을꺼다. ㅋㅋㅋ

근데 요놈봐라...
눈도 안마주치고 자전거를 셍~ 속력을 내면서 앞쪽으로 내달린다.
오히려 내가 치일까봐 얼른 비켜준 꼴이 됐다.
"야야!!!"
저런넘은 붙잡아서 혼을 내어줘야지 싶어서
나도 그녀석 잡을려고 막 달려갔는데 하필이면 슬리퍼를 신어서
몇걸음 가다가 포기를 해야했다.
하긴 슬리퍼 안신었다한들 내가 무슨 재주로 재빠르게 도망가는넘을
잡을수 있겠나마는....
뒤도 돌아보지않고 가는넘을 닭쫒든 소 쳐다보듯
쳐다봐야 했으니 흐이구 분해~

약방에 가서 약 사와서 집에 왔는데
흐미~ 감기약 사러가놓고선
엉뚱하게 연고랑 대일밴드를 사왔구만.
에구 내 정신머리.....
글치만 이왕 사왔으니 어쩌남.
긁힌곳을 바를려고 보니
다른쪽에도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어쩐지 좀 아프더라니....

차 같았으면 뺑소니로 신고라도 할껀데
자전거니 신고도 못하고...더구나 애가 탔으니...
죄송합니다 한마디만 해줘도 좋았을껀데
왜 그렇게 도망가다싶이 했는지 알수가없다.
내 인상이 너무 더러워서일까?
인상 더러우면 누가 지 잡아묵을까봐.....
서글프고 약빨오르는 하루였다.

에잇~
앞으로 동서남북 살펴봐서 요넘의 자식 내한테 잡피기만 해봐라
내가 가만 안둘껴~
괜히 애궂은 테레비만 켰다 껐다하며 분풀이 하고 있다.
근데 멍든데는 왜 이리 아프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