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메릴린치가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의 뉴욕 방문에 대한 첫 화답으로 여전히 회생가능성이 불투명한 LG카드에 무려 4억달러를 투자한 것은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다른 외국계 증권사들이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색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지만 메릴린치는 한국경제의 저력과 정치 민주화의 진전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은 LG카드가 올 10월에 발행할 예정인 자산유동화증권(ABS)에 4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올해안에 2~3건의 한국 투자를 더 집행할 계획이다.
안성은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투자은행(IB)부문 대표는 "지난 4월말 뉴욕 IR 당시이 부총리와 메릴린치증권의 한국인 사장인 김도우 글로벌 투자은행 부문 사장(오른쪽 사진) 등 메릴린치증권 고위 인사들과 만나 한국 경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당시 메릴린치 고위 인사들은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공유하면서 메릴린치증권이 한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메릴린치의 LG카드 ABS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그 첫 화답이라고 안 대표는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의지는 메릴린치증권이 대형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본사에 한국인 사장이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의 글로벌 투자은행(IB) 부문 사장은 한국인인 김도우씨. 김도우 사장은 메릴린치증권에서 스탠리 오닐 회장에 이어 2인자다. 한국인으로 월가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인물.
김 사장은 13세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간 뒤 쭉 미국에서 살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에서 30년 가까이 살았지만 아직도 국적은 한국이라는 점.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안 대표는 "김도우 사장이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메릴린치증권 내부적으로 한국이각광받고 있다"며 "김 사장 자신이 한국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쪽 사업을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점 IB 부문도 인원을 확충하는 등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B 부문만이 아니라 증시 전망에 있어서도 메릴린치증권의 낙관론은 유명하다. 메릴린치의 리서치 헤드인 이원기 전무는 변함없이 한국 경제와 증시의 호황을 믿는대표적인 낙관론자. 이 전무는 4월말 증시가 급락하던 때도 일시적인 조정일 뿐 기조적으로는 장기 강세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믿음을 피력했다.
이 전무가 한국 경제를 낙관하는 이유는 5가지.
우선 한국처럼 전통산업과 신산업,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균형을 이루며 다양하게 구성된 경제가 없다. 경제가 다양한 요소들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활력이 있으며 어떤 한 부문이 고전해도 다른 부문에서 버팀목이 돼준다.
둘째, IMF 위기를 계기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선도적인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 가격 우위를 무기로 수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셋째, 국민들의 교육 수준이 높은데다 성향이 변화와 새로운 기술에 잘 적응한다는 점이다.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잘 갖춰져 있는데다 오랜 역사의 문화를 가지고 있어 21세기 산업인 컨텐츠산업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넷째, 지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권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옆에 위치하고있어 큰 수혜가 예상된다.
다섯째, 아시아에서는 드물게 서구 민주주의 제도가 잘확립돼 있으며 사회가 점점 더 투명해지고 있다.
이 전무는 "이런 배경으로 한국 기업들의 실적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며 "현금흐름은 계속 좋아지고 있고 부채비율은 떨어지고 있으며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은 늘어 한국 주식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밸류에이션은 너무 저렴해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계속 매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무는 "외국인들은 4월말 이후 주가 조정 때도 저가 매수로 매도 압력을 흡수해왔다"며 "곧 기업의 내재가지가 반영되면 큰 폭의 상승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