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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줌마가 아플 때 서럽지않나요?


BY 명랑소녀 2004-08-29

저는 결혼8년차 아줌마랍니다.늦게 결혼했지만 큰 문제없이  바로바로(^^) 아이들도

낳고 길러서 벌써 내년이면 큰애가  학교를 가는 학부모가 되지요~

물론 평균 연령에 결혼했다면  지금쯤  못 해도 초등 학교 5학년짜리 학부모 노릇은  하고

살 테지요~

하긴 요즘은 서른 넘어 하는 결혼이 자연스런 모습이기도 하니..그리 흉 될 것도 없는 세상이

아닐까요?

제가 요며칠  전번에 친정 엄마 생신겸 이번 2월에  결혼한 남동생  집들이겸 해서 동생내가

거제도에서 쏜다고 해서 그곳에 다녀 왔습니다.토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빡빡한 일정을

끝내고 또 일요일날 저녁에 상경했으니 사실 몸살이 날 사람은 제가 아니라  남편이었는데..

좀 몸이 약한 편인 저는 한 번 앓으면 뿌리를 뽑을 정도로 아프거던요~에구에구

근데 이번엔 설상가상으로  지독한 목감기와 몸살에다가 체끼까지  따블로  겹치는 바람에

저 거의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사나흘 동안 방바닥을 기면서 지내야 했고   먹는 것이며

씻는 것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폐인이 되었답니다.

근데 더 기막힌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절 바라보는 '웬수 같은 사람들'때문에

이번에 속 많이 상했답니다^^바로 그 웬수는  남편과 아이들~

물론 제 몸이 건강하고 문제 없었다면 결코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내 몸 하나도 건사하기가  죽을 똥 살 똥이건만  이눔의 신랑은  차라리 아이들처럼

철없어서 상황을 잘 몰라서 그런다면  이해를 넘쳐  삼해.사해 .십해...까지 해 줄 수 있는

경우지만   마누라가 아파서 먹지도 못하고  낮밤으로 끙끙거리고 앓고 있건만

제가 아픈 관계로  남편 아침은 못 챙겨 줬습니다.하지만 아이들은 빵과 우유라도 멕여서

사력을 다해서  유치원에 보내 놓고  병원 갔다 와서 하루 종일 누웠는데 괜찮냐는  전화

한 통화를 안 해주는데....정말  야속하고 서럽데요..................

억울하데요..................내가 아플 때 이런 대접을 받고 보니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어릴 때 아파서 누웠으면  엄마가 거친 손이긴 했지만  배도 주물러주고  쌀죽을 끓여 와서

멕여 주고  아프다는 특권(?)으로   할머니만 가끔씩 드셨던 간식'황도 복숭아 통조림'맛도

볼 수 있었지만  아플 땐 그렇게 달콤한 복숭아 통조림마저 소태맛이 따로 없었지만 그래도

엄마가 내가 아플 때 걱정해주고  온갖 정성으로  간호해주시던  그런 기억이 남아 있어서

이렇게  나이는 들었지만  내가 앓아 누웠을 때  관심 조차  가져 주지 않는  내 가장 가까이

있는 남편이 너무 밉고 야속했습니다.물론  직장일에 신경 쓰려면  집에서 아프다는  마누라

쟁이 투정까지 받아 주려면 얼마나 힘든 지 제가 다 이해하고 알지 왜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남편한테 바라는 것은  집에 와서  밥하고 빨래를 하고  제가 아파서 못 하는

집안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많이 아프냐?' '밥은 먹었냐'이런 관심어린 한 마디~

아이들한테도 엄마가 아프니까   이럴 때만이라도  제가 못 채우는 빈 자리를 채우려는

노력의 십 분의 일만 해줬더라도  제가 이렇게  속상하고 서럽진 않았을겁니다.

어제는 한 나흘 실컷 앓고 났더니  걷는 것도 괜찮아지고  먹는 것도 죽이지만 조금은

넘길 것같아서  조금 기운을 차렸습니다.

남편은 좀 일찍 일을 마치고 들어 와서 아이들과 밖에 나갔다 오더니   아이들과 목욕을

하면서 통닭을 한 마리 시키라고하네요~기운은 없었지만  통닭을 시키고  딸려온

콜라 한 컵을 홀짝 마셨더니 조금 더 기운이 나는 것같더라구요~ 하지만 잠시 후 또 금방

모두 배출(?)을 해버리고 말았지요~ 그런 절 보더니 남편 하는 말 "먹기 싫다고 안 먹으면

죽어.살려면 토하더라도 자꾸 먹고 토해야지' 되게 생각해주는 것처럼  한 마디 해주네요~

그래서 제가 말을 했습니다.

"인간아! 어찌 그리 인정머리가 없냐?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지나가는 사람도 물어보고

할 텐데 같이 한 집에 사는 사람이 어찌 그리 매정하냐?" 막 그랬더니 울신랑 또 한마디

"난  원래 경상도라서  말을 못한다.그러니가 내한테 그런 건 바라지마라" 아이 내 팔자야~

이런 사람이 울신랑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아팠을 때 죽 한 그릇이라도 끓여서 챙겨준 사람은 가까이 살 붙이고 사는

신랑이 아니라  옆집 앞집으로 사는 가까이 벗 하고 사는 아줌마들~ 이웃 사촌들이었답니다.

이제 몸을 좀 추스렸으니  그 동안  받았던 고마움을  다 돌려드려야 할  숙제가 남았습니다.

전 이번에  그랬지요~ "자기도 아파 봐라~ 이젠 국물도 없을 줄 알아라"하지만 울신랑은

지금껏  단 한 번인가 빼곤 한번도  자리보존하고  앓아 누운 적이 없었으니...앞으로 제가

이번 설움을 되받아칠 기회가 돌아올 지 모르겠습니다^^

진짜로  다른 것보다 결혼하고서 가장 서러운 것은  아플 때  나 몰라라 하는 짝궁(남편)인 것

같아요~ '여보!제발  경상도보리문디타령 좀 하지 말고   사람이 아플 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가슴 속에 말들이나  애정 표현도 마찬가지고  말 좀 하고 삽시다.다정 스런

말 한 마디가 천금보다  큰 힘인 걸 정말 모르시나요?

아픈 뒤끝이라서  말도 안 맞고 글도 안 맞고  주절주절 거렸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