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96

존경하는 헌법 재판소 님들께~


BY ... 2004-10-22

 재판관들과 헌재의 연구관들은 지금 어떤 심정이신가요.

아마도 법조인으로서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면 어제의 결정이 말도 안된다는 것을 잘 아시겠지요.

헌법조항을 잘 해석하라고 만든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조항을 뚝딱 만들어놓았으니, 그것도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한순간에 '규범'이 되고 그것도 사실상 개정이 불가능한 '헌법규범'이 되어버렸으니 아마도 세계의 헌법사에서 두고두고 비아냥을 받게 될 것이 뻔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제 헌법재판소는 사망의 길로 들어선 겁니다. 대법원과의 힘겨루기에서 이겨보려고, 참여정부와 대한민국을 희생양으로 삼아 튀어보려고 했는데, 너무 과했네요. 잘했는가 못했는가가 아닌, 아예 기본을 짓밟아 버렸으니까요. 

명백히 헌법위반입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명백히 헌법위반입니다. 헌법조항을 창설할 권력을 국민에게서 빼앗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제정권력을 행사했으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헌법을 제정하겠다는 결정을 했으니까요. 더구나 헌재는 지난번 탄핵심판 때 대통령의 '헌법위반'이 아닌 '헌법수호의무위반'조차 매우 폭넓게 위헌성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번 결정은 헌법수호의무 차원을 넘어서서 직접 헌법위반사항입니다. 

뭐가 그리 급박하셨나요. 상식과 위엄과 여유를 모두 잃어버리고 그렇게 초조한 이유가 뭔가요. 그때야말로 사법적극주의가 필요했던 독재시절에는 법조항 뒤에 숨기에 급급하더니, 이제 너도나도 대통령에게 맞짱을 뜨는 너무나 민주화된 사회에서 그렇게 무리를 해가면서 법조항을 뛰쳐나오는 이유가 뭔가요. 

헌재가 대법원에 비해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국민의 기본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추상적인 헌법조항을 해석함에 있어 헌법정신에 기초한 가치판단을 하게 될 수 밖에 없고, 또 해야 된다는 것이지, 정치적 정파적 판단을 앞세워 성문헌법을 초월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헌재에 계신 재판관 이하 연구관 여러분,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을 회복하십시오. 사법정의의 임무를 부여받고 상당한 지위와 권위를 허락받은 법조인들이 지금 침묵한다면 사법기관 특히 헌재에 대한 국민의 신뢰기반은 급속히 무너질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국민들이 법이론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고 메이저신문들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헌재 편을 들어주고 있으니 어물쩡 넘어갈 것 같죠. 하지만 이게 말도 안된다고 분명 알고 있고 헌재가 기본을 무너뜨렸다고 확신하는 법조인이 최소한 100명은 있습니다. 법조인, 법학교수, 고시지망생이라면 속으론 다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두고두고 역사적 사건으로 남을 것입니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 대해서 누가 어떤 논리를 폈는가가 그 사람의 법률적 양식과 합리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침묵한 법조인이 얼마나 비겁한 것인가 또한 헌법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