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홀몸이 아니라서 입덧이 최고조에 이르러서 만사가 귀찮고
가슴부터 아랫배까지 대패로 긁어내는 듯한 속쓰림과 울렁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먹은지 돌아서서 세시간만 되면 정확히 또 미식거려서 뭘 먹어줘야하고
전 먹기가 싫은데 먹어줘야 하니 얼마나 괴롭겠어요...
임신이 되면 마냥 행복할줄 알았더니 어떤 철학자가
얼마만큼의 행복을 누리려면 그만큼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애를 낳아봐야 철든다더니
정말 이렇게 힘들게 다들 엄마가 되는구나 싶구요
정말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구요
그러나 왜 자기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자제하고 싶잖아요. 저희엄만 매일매일 전화하시고
자느라고 전화안받으면 이제 그냥 집으로 찾아오세요.
일이주에 한번 뵙구 싶은데 엄마가 심심하다고
이삼일에 한번은 꼭 절 봐야 직성이 풀리시죠.
다 좋은데 엄마랑 뭘 먹으러 가면 제일 난감하죠.
날씨가 쌀쌀해져서 엄마랑 장보고 오뎅이랑 순대를 시켰더니
엄마가 순대만 주지 왜 허파하고 이것저것을 주냐는둥
투덜투덜 대니까 젊은 주인여자가 인상이 굳어지대요.
저같아도 굳어지겠어요.
그러더니 오뎅을 하나 드시는데 엄마가 요새 유행하는
매운오뎅을 덥석 집으신거에요.
그러더니 다 드신 후에는 오뎅이 도대체 왜이리 맵냐면서
오뎅 특유의 맛을 하나도 못느꼈다고 또 투덜투덜...
전 그저 주인에게 미안해서 얼굴이 화끈거려서
빨리 나온뒤에 엄마가 고른건 원래 매운거라고 ...
그러면서 집으로 향했죠.
이번엔 엄마가 술빵같은 넙적한 빵을 사주신다기에
할머니가 파시는 찰옥수수가 너무 맛나보이는거에요.
그런데 엄만 옥수수가 딱딱해보인다는둥
오래된 거 아니냐는둥 (원래 엄마가 의심이 무지 많습니다.)
자꾸 그러니까 주인할머니가 급기야
(아니 왜저렇게 까다롭누...) 그러시는거에요.
전 또 부랴부랴 돈을 내고 옥수수를 사왔는데요
도대체 엄만 살 것도 아니면서 왜 상인들의 염장을 지르는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네요.
집에 와서 옥수수 먹어봤더니 맛만 좋드라구요.
그리고 또 맛없으면 어때요...
그사람들 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추운 데서 장사하는데
도움은 못줄망정 그렇게 염장을 질러서 하루기분을 망치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제가 오면서 엄마에게 그랬어요. 엄만 왜 상인들에게
도대체 왜그러냐고...
맨날 속고만 살았는지 할인마트의 계란이 사서 먹어봤더니
싱싱하다고 그래도 (절대로 포장된 계란은 안싱싱하니까 사지마라)
고 말씀하세요. 우리엄말 똑닮은 큰오빠 , 의심증에 결벽증도 아주
심합니다. 휴 ~
엄마랑 식당이나 이런 노점에서 먹기가 겁나네요.
또 무슨소리를 해서 주인양반의 심기를 건드릴까...
나중에 혼잣말로 해도될걸 꼭 주인있을 때 얘길해서
제얼굴이 다 화끈거려요. 그럴려면 일류레스토랑이나
백화점만 찾아다니면서 먹지 길거리에서 뭐하러
먹을까요.... 전 길거리에서 먹는게 맛나고 재밌거든요.
도대체 누가 딸이고 누가 엄마인지...
날씨가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