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속상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전 결혼 후 계속 맞벌이합니다. 울신랑 제가 집에서 살림만하면 이것저것 꼬투리 잡아서 열받아서라도 돈 벌러 나가게 만듭니다.
근데 지난번 회사정기 건강 검진에서 혈액검사 결과가 안좋았습니다. 백혈구수치가 지나치게 많다고 혹시 백혈병일 가능성도 있으니 따로 검사를 받으라고 하더군요. 사실 그전부터 어지럽고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듯한 증상이 있었어요. 혼자서 걱정하다 신랑에게 말했지요. 그랬더니, 별거 아닐거야. 그리곤 병원가자는 이야기가 없어요. 오히려 자기 회사다니기 넘 힘들다 스트레스 쌓인다라고 하데요. 그래서 혼자라도 이번 주말에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근데 오늘 퇴근해와서는 "사표냈어"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회사 안다녀도 내가 일을 하니까, 그래도 맘 편하게 회사이직 결정할 수 있어서 고맙다네요. 그리고 지금 넘 피곤해서 인수인계 끝나면 한두달 쉬면서 새 직장을 찾아보겠답니다.......저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오데요. 눈물밖에 안나오더라구요. 울신랑 이 회사 들어간지 채 1년이 안되었습니다. 그 전 직장도 길게 못다녔고. 저도 직장생활하면 별라별일 다 겪으면서도 다닙니다. 암만해도 아줌마 딱지 달고 다니는 나보다야 신랑이 직장생활하기 편하지 않을까요? 어쨌든 눈물 흘리는 나를 보더니 오히려 "뭐가 문제냐. 내가 영원히 직장 안다니겠다는 것도 아니고 좀 쉬다가 다니겠다는데 눈물짜고 난리냐."라고 큰소리 치네요.
정말 저 이런 사람 믿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에요....저를 자기 뒷치닥거리하는 보호자, 아님 고장 안나는 로봇 정도로 알고 있는건지. 저도 기댈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사람인 걸 모르는지, 아님 모르는 척하는 건지. 지금까진 그래도 아이들을 생각해서 참고 살아왔는데, 마누라가 몸이 정상이 아니라고 해도 무반응에, 되려 자기가 피곤하다고 좀 쉬어야겠다는 인간을 믿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네요. ㅜㅜ.
어떻게 해야하나요. 눈물밖에 안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