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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가 좀 길어요...


BY 친구 2004-11-06


제 고민에 대해 조언을 구하러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얘기가 좀 긴데요.

 

고등학교 때부터 저는 독서실을 다니며 공부를 했습니다. 남녀공학을 나녔고 아파트 단지 내의 독서실을 나녀서 같은 학교 친구들이 많이 다니고 있었어요.
학교에서 같은 써클에서 알았던 아이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었는데, 그러면서 여러 정보도 교환하고 서로의 공부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주곤 했어요. 근데, 거기거 한 친구가 저한테 "누구 누구가 널 좋아한대. 인사나 해라" 그러더라구요.

그때 그 친구가 절 좋아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지만 제 생각에 전 공부만 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싶었어요. 고등학생이라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솔직히 그런 말을 듣는 순간, 그 친구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고3때까지도 그 친구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고3때 제가 독서실에서 쓰러지는 일이 있었어요. 독서실 실장님이 안계셨고, 아르바이트하는 언니가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는데, 제 이름을 부르면서 집에 연락하라는 말을 듣고, 그 친구가 병원에도 전화하고 제 자리에서 저를 끌어내어 사무실로 엎고 왔었대요. 응급차와 함께 부모님이 집에서 오셨고, 아버지가 그 아이한테 고맙다는 말까지 하셨더라구요.

이 일이 생긴 후로 전 그 아이가 누군지 알수 있었어요. 키는 그리 크지 않는데 외소한 체격에 안경을 쓰고 제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아이였어요.

전 독서실에서 일하는 언니한테 얘길 듣고 그 아이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러 그 아이를 독서실 앞에서 만나야 했어요. 고맙다는 말을 하니 대답도 제대로 못하던 그 아이였어요.
전 부모님이 전하는 감사의 말씀도 전하고 저도 고마웠다는 말을 하고는 제 자리로 돌아와 계속 공부를 했지요. 이 일이 있은 후에도 별 다를 것이 없이 전 대학에 진학했어요.

나중에 친구들을 통해서 알았는데, 그 친구는 재수를 했대요.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아니였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대학 1학년 때 학교 축제가 열렸고, 고등학교 친구들이 서로의 대학 축제때 몰려다니곤 했었는데, 제가 다니는 대학 축제에 온다는 전화와 함께, 그 친구 얘기를 꺼내더라구요. 저는 그 친구를 잘 알지는 못하는 사이여서 편하진 않았는데, 마땅히 거절을 할 수도 없었어요. 왜냐면 남자애들끼리는 친한 사이였거든요. 그래서 승낙도 거절도 하지 못했어요.


근데, 제가 불편했던 점은 그때까지도 그 친구가 저를 계속 좋아한다는 거였어요. 친구들 말을 들어보니, '천사같다'라는 비현실적인 표현을 쓰는 친구여서 친구로 지내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느꼈거든요.

 

근데, 제가 축제 당일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서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제가 아는 같은 과친구한테 제 친구들을 부탁을 했었어요. 나중에 몇몇 친구들만 만나서 미안하다며 식사를 했는데, 절 좋아한다는 그 친구도 왔었는데 구두에 캐주얼 양복까지 맞춰서 입고 왔었다면서 제가 없어서 너무 실망을 했다는 거예요.양복을 입고 온 이유가 축제때 커플끼리 춤을 추는 시간도 있었는데,

그때 저랑 같이 커플이 되어 춤을 추려고 그랬다나...


전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너무 오싹하고 기분이 나빴어요. 그래서 그 친구는 내 친구도 아니고 아무 사이도 아니니 그 친구 얘기는 꺼내지 말라고 그랬죠.

 

제가 기분이 오싹했던 이유는, 전 그 친구를 잘 모르고, 제가 그 친구에 대해서 아는 것은 친구들에게 전해들은 얘기가 전부였어요. 저를 좋아한다는 것도 친구들에게 들었구요. 축제때 전 그 친구를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그 친구는 자기 혼자 댄스파티를 생각해서 양복까지 입고 왔다는 것이 끔찍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친구는 대학생도 아니고 재수생이였구요.

 

이렇게 해서 친구들이 그 친구 얘기를 점점 하지 않았어요.

 

근데 대학교 3학년땐가, 학교 끝나고 도서관에서 나오는데, 제 친구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다른 친구와 함께요. 친구와 인사를 하고 있는데, 옆에 낮익은 사람이 서 있었는데, 바로 그 친구였죠. 순간 또 오싹한 느낌...

셋이서 저녁을 먹고 얘기를 나누는데, 저랑 친한 친구가 자리를 비켜주며 하는 말이 "이 친구가 일편단심 너뿐이 없단다. 잘해봐라..."하고 가 버리고 저랑 그 친구만 남았어요.
전 그때의 생각이  만약 이 친구가 저를 좋아한다면 6년짼데, 아무래도 좋아한다는 고백을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무슨 얘기라고 해야할 거 같아서, 그 친구한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그리고 저를 좋아해줘서 고맙다는 말까지 함께요...

 

이러고는 또 한동안 그 친구를 볼일이 없었어요. 전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했어요. 재미있게 또 열심히 직장을 다니고 있었죠. 근데 어느날 그러니까 제가 졸업 한 후 2년 후인거 같아요. 제 자리로 꽃배달이 됐는데, 보낸 사람 이름이 없는 거예요. 보낼 사람도 없어서 전 아빠가 보내셨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드렸는데 아니였어요. 느낌이 안좋아서 그냥 친구 줘버리고  잊어버렸죠.
이런 꽃배달이 몇번 있었는데, 전 느낌이 너무 안좋았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친구한테 물어보니 아마 그 친구가 보낸 것 같다고 하는거예요.
그 후로도 계속 자주는 아니지만 이런 꽃배달이 계속 됐어요.

 

또 오싹한 느낌...

꽃배달을 받으면 바로 다른 사무실이나 직장 동료들한테 줘버렸어요. 기분이 하도 이상해서요.

 

그후로 전 소개팅을 받았고 좋은 오빠를 만났어요. 저랑 분위기도 비슷하고 생각도 비슷한 사람, 결혼 생각이 없었던 저한테 결혼하고 싶게 만드는 남자를요.

 

그러던 중 이제는 퇴근 길에 회사 앞이나 집 앞에서 그 친구를 종종 보는 일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어느날 보니 그 친구인 것 같아요. 그냥 저를 바라만 보고 말도 안걸고 그래요. 전 그냥 퇴근 길에는 지하철로 향하거나 집 앞에서는 그냥 집으로 들어가 버리거든요. 몇 번은 오빠랑 만나고 헤어지는데 그 친구가 집앞에 서있는거예요. 아파트 단지라 다른 사람을 기다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왜 하필 제가 사는 아파트 인가요?

 

이런 일이 계속 있고 나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서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친구들은 하나같이 얼마나 너를 좋아하면 그러냐는 반응입니다. 그래서 난 만나는 사람이 현재 있고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을 했죠. 그래서 그 친구의 이런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고 그만 했으면 좋겠다. 다른 좋은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그랬어요.

친구가 하는 말이 그 친구가 군대 갔다와서 대학 다니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아직까지도 저를 좋아한다고, 이번에 졸업하는 데, 제가 다니는 회사에 취업이 된것 같다구요.
그리고 나서 이번에 입사명단을 보니 그 친구 이름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전 정말 끔찍했어요. 이제는 한 회사에서 얼굴을 봐야 한다는 말이요. 부서가 틀려서 못 만날 수도 있지만 계속 회사에서 얼굴을 보게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친구들이 모두 그 친구에 대해 알고 있고 그 친구의 이런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해요.

 

몇일 전부터는 그 친구가 꿈자리까지 나와요. 꿈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좀 찝찝했던 것 같아요. 매 꿈이요.

 

왠지 스토킹당하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저랑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이 저만을 믿고 이렇게 이상한 방식으로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건가요?

아줌마닷컴 언니 및 아주머님들, 이런 일이 가능한가요?
전 이때까지 그 친구가 말을 걸지 않아 말을 하지 않았어요. 친구도 아닌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런 방법이 옳지 않는 건가요? 제가 다시 그 친구에게 이러지 말라고 만나서 말을 해야 하는 건가요? 어떻게 하는 방법이 올바른 건가요?

 

저한테 지혜를 나눠주세요.

긴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