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몸이 약한 엄마를 늘 보아왔었다...
장녀인 나는 그럴때마다 도맡아야하는 집안일과 동생들이 버거워 뛰쳐나가고 싶었다...
넉넉치 못한 형편때문에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만 전학을 스무번가까이 했으니 나에겐 단짝친구나 소꼽친구 들이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집밖으로 나돌기만 했고, 엄마속을 무척이나 썪여드렸다...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평온을 찾은지 얼마 후...
2년전부터 엄마가 아버지와 함께 작은 식당을 하기 시작하셨는데, 3개월쯤 지났을까,
갑자기 아픈 엄마의 아랬배...그날 밤 엄마는 응급실로 실려가셨고, 이틀 후 자궁을 들어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엄마는 그 차가운 수술대위에 누우셨다...아무도 없는 그곳에...
아픈 엄마때문에 가게는 열 수 없었고, 반년을 꼬박 쉬신후에 가게를 다시 열 수 있었다...
그 후로 1년쯤 지난후에 엄마는 배가 아프다고 뱃속에 무언가가 만져진다고 하시며 이병원
저병원으로 진찰을 받으러 다니셨다...엄마가 입원해서 검사를 해야한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아버지와 연락이 되질않았다... 아이 둘을 데리고 하나는 등에 업고 하나는 손잡고 걸으며, 시내에 있는 병원이란 병원은 다 뒤져서 찾아낸 곳을 도착한 시간이 저녁 8시...그렇게라도 찾아서 엄마를 봐야했다...무슨 이유에선지 엄마를 그날 꼭 봐야할것 같았다...병원 1층에 내려와계신 아빠를 저멀리서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큰애를 끌어안고 우시는 아버지... 왜?왜?왜????
"엄마가 대장암 3기란다." 청천벽력 같은 아버지의 한마디가 내 머릿속을 찌르는 것 같았다..
엄마의 안정을 위해서 엄마에게는 말하지 말자는 아버지의 말에 흐르는 눈물을 참고 들어간
엄마의 병실... 차마 엄마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간 엄마에게 잘못했던 일들이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엄마가 아픈건 내 책임도 있는거야...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렇게 내 자신이 원망스러운 적이 없었다... 괜찮겠지... 우리 엄마는 괜찮겠지... 우리 엄마잖아 그러니까 괜찮겠지... 마음속으로 또 되뇌고 되뇌고... 공중전화를 찾아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엄마가... 엄마가...암이래..." 말을 잇지 못하는 날 위로하며 금방 가겠노라고 말하는 남편... 지금도 그날, 그날 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먼저 미어져온다...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