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결혼 9년차 아짐입니다. 지금 시어머니랑 사이 좋은 편이에요. 물론 첨부터 그랬던 건 아니구요....
갑자기 예전 일이 생각나네요. 그 땐 심각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하네요.
결혼전엔 저 정말 시어머니가 넘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울시어머니의 연기가 배우들 뺨친다는 건 결혼후 얼마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죠. 남편이나 시아버지가 있을 때는 넘 부드럽고 자상한 모습이죠. 둘만 있으면 변신. 드라마에나 나오는 못된 시모 바로 그 모습으로요. 이유없이 신경질내고 트집잡고 혼자 외출해서 하루종일 돌아다니다가 시아버지 퇴근 시간 직전에 돌아와서는 현모양처로 변신...
첨 신혼 1년은 멋도 모르고 그래도 잘하려고 애썼는데, 나중엔 포기했습니다. 울 시어머니같은 사람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타입이다. 내가 잘해드릴수록 더 밟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그 순간....나도 변신....그러게 왜 잠자는 사자를 건드리냐구요. 저도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ㅜㅜ
이런 얘기하면 돌맞을 지도 모르지만요....그 담부터 전 시모 가면 벗기기에 재미 붙였죠. 시모는 하루종일 외출갔다와서는 울신랑 붙들고 허리아프다 뭐다 한탄합니다. 딴 사람이 느끼기에는 며늘이 시원치 않아 시모가 혼자 살림 다하는 줄 알겠져. 전 가만히 있다가 식구들 한자리 있을 때 분위기봐서 푼수처럼 한마디합니다. "어머니 어제 외출때 입으신 옷 세탁소 맡겨야하나요? 그저께 입으셨던 건 내일 찾으러 갈거거든요." 등등...ㅎㅎ
그리고 시부나 남편의 몸이 안좋은 날은 회사로 전화합니다. 시모 없는 시간에요. 괜찮냐고 식사하셨냐고. 자연히스럽게 시모 얘기가 나오면 일부러 더듬거리며 잠깐 외출하셨다고 하는 거지요. 저 참 못됐지요? 근데 알고보니 남편도 시부도 큰시누까지도 시모의 그런 모습을 이미 알고 있더란 말입니다. 다만 며늘이 생기면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었나봐요...
지금 돌이켜보면 시모도 불쌍합니다. 시모도 여자인데 나이들어가는 본인의 모습과 집안에만 갖혀있는 삶이 좋을 리가 있나요. 참고로 울 시아버지 좀 권위주의적이지요. 며늘한테는 좀 너그럽지만요...ㅎㅎ. 거꾸로 울 남편이 저한테는 권위주의적으로 굴면서 며늘한테만 다정하게 대하면 어쩜 저도 심통날 것 같아요.
그 뒤로 제가 회사다니면서 분가했다가 다시 합쳤는데요. 나이가 드셔서인지 시아버지도 시어머니도 많이 변하셨어요. 이제 마음으로라도 잘해드리고 싶어요.
아버지, 어머니, 건강하게 즐겁게 오래오래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