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님 팔순이 넘으셨다.
나는 10년 넘게 해마다 어머님께서 해주시는 김장김치를 갖다 먹곤 했다.
조금씩 해먹는 김치는 해먹을만했지만
웬지 김장김치는 직접 해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수십포기 담갔다가 잘못되면 어쩌나하는 노파심때문에...
어머님은 11월 중순만 되도 벌써 김장 담궈놨으니 가져가라고 전화주신다.
그런데 올해는 힘들어서 못하시겠다며 배추 가져다 담가 먹으란다.
언젠간 닥칠 일이었지만 막상 올해부터라고 생각하니 매일 우왕좌왕 걱정만 앞섰다..
친정 엄마도 도와주시겠다고 하고 이웃집 아줌마도 같이 해보자 한다.
주말을 맞아 시골엘 내려갔다.
채소값이 많이 내려서 사서 하는게 오히려 경제적이겠지만
아들에게 주고 싶어하시는 어머님의 마음을 생각해서 시골에서 가져다 담그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내려가보니 어머님은 전날 이웃의 도움을 받아가며
이미 김장을 다 해놓으셨단다.
한번도 안담가본 김장을 담가먹으라고 하자니 내내 불안하셨나보다.
어머님의 마음이 담겨져 있어서일까 차곡차곡 담겨져 있는 김치가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두 노인네 무슨 힘이 있어 농사를 지었을까, 그래도 차에 실어주는 봉다리는
어찌 그리 많은지...
마지막으로 한약 두재를 올려주시며 한재는 친정 어머니 갖다 드리란다.
볼때마다 친정엄마 안부를 물으시던 어머님이셨는데 그동안 한번도 못해주셨다며
맘잡고 같이 지어 오셨단다.
내게는 너무나 과분하신 어머님의 사랑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곳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