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친구.
그래서 흔히들 말하는 베스트 프렌드가 된 친구.
그 때 우리 꿈은 나중에 서로의 사무실에서
뚜껑 있는 우아한 영국풍 머그에 차를 나눠 마시는거였다.
이다음에 함께 인사동에 가서
손으로 만든 품위있고 근사한 다기도 사리라 생각했었다.
친구는 전공대로 교수가 되는 것이 정해진 미래수순이었지만
나는 여러가지 형편대로 진학한 터라
대학원에서 정말 원하던전공을 시작하리라 하는 꿈으로
겨우 한학기 한학기 보내고 있던 터였다.
아마도 우리의 우정은 지란지교에 비할 무엇이 되리라 꿈꾸었던것 같다.
하지만 사학년 늦여름 나는 사랑에 빠져버렸고
스므해 가슴에 상처로 가득한 삶을 그에게 기대기로하였다.
그것이 내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채....
그렇게 난 너무 지친 가슴을 쓸어모으기위해
배신감을 깊이 숨긴 친구의 축복과 함께 졸업한 그 봄에 결혼을 했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적어도 내 가슴 속에서는......
어디 내 놓기도 부끄러운 까다로운 시집살이속에서
그리고 누구도 몰라 줄 남편살이 속에서
나는 가난이 무엇인지 몸으로 배우면서 시들고 병들어 갔다.
해외로 지방으로 남편의 갈등과 고뇌를 따라
결혼 10년 만에 13번의 이사 끝에 정신 차리고
몸을 추스리고 남편에게 토해내고 나니
남은 건 돈에 쪼들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낳은 약한 아이 둘,
경력 하나 없고 자격지심에 시달리는 아줌마였다.
나와 헤어지고(?)나서 유학을 떠난 그 친구는
자기에게 필요한 좋은 남자에게 정붙여서 결혼을 했다.
박사과정을 마쳐가고 있다.
가끔 연락을 주고 받는다.
난 그 친구에게 연락이 오는 날이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아니 이제는 절망이
내 속에 일렁이는 것을 느낀다.
박사 타이틀이 부러워서가 아니라면 누가 믿어줄까?
난 그 친구가 살아 온 삶의 시간들이 부럽다.
무언가를 향해 공부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일하고...
친구는 전공을 바뀌 내가 하리라 꿈꾸었던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 나는 그나마 적은 나의 에너지를
참고, 울고 , 또 참고 또 울면서 다 쓰고 소진해버렸다.
이제 무엇을 하려면 겁나고 어설프고 무식하고 .....
다시 일어서고 싶은데
여전히 가난하고 남편은 대쪽이고 머리는 돌아가지를 않는다.
똑똑하다, 야무지다, 착하다, 그런 말을 수없이 듣던 시절이 있었던가.
누가 오늘 나에게 뭐라고 말 좀 걸어주었으면....
너 여전히 내개 귀하다고,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고....
너의 삶 여전히 의미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