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집안 정리를 하고 옷장정리를 하며 밥도 못먹고 그렇게 바쁘게 오전을 보내고 있을때 정수기 관리를 해주시는 분이 오셨다.
정수기 관리를 하며 이얘기 저얘기 하다가 그분 왈 "이제 계속 노시는 거예요?" .... 띵....나 여지껏 놀지 않고 일했는데....
그래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안다.
내가 계속 직장생활을 해서 약속도 꼭 토요일 오후나 평일 늦은 시간에 하다가 이른 시간에 와서 관리를 해주니 계속 이렇게 일찍 와도 되냐는것이었겠지..... 나는 그냥 "글쎄요, 봐서요....."
그렇게 그렇게 일을 마무리하고 그분은 가셨다.
나도 그냥 라디오를 들으며 늦은 점심을 라면으로 먹고 그릇을 닦는데.....뭔가 내 안에서 울컥하고 치밀어 올랐다.
논다고? 왜? 난 놀면 안돼? 집에서 내가 한일이 얼마나 많은데 논다고?
국민학교때 내꿈은 여군과 현모양처였다.
난 직장생활 7년을 하고 결혼을 했다.
내 생애 제일 행복하고 평화롭던 시간은 임신을 했을때다.
아이를 위해 혼자서 먹는 밥이지만 신경을 써서 먹었고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아이를 위해 십자수와 미싱질을 했다.
방바닥에 앉아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리고 빨래도 각을 맞추며 이쁘게 접었다.
하지만 평화로움은 거기서 끝이다.
쌍둥이 엄마인 나는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고 결국 해방되는 기분으로 직장생활을 아이들 3살때 가을부터 하게됐다.
난 천하무적이 아니다.
원더우먼....수퍼우먼도 아니다.
난 지치고 돌아오는건 500만원짜리 연말 정산용 영수증이었다.
뭐가 남은건지 원....통통하던 내 아이들은 "잘 먹여야겠다" 라는 말을 듣는 아이들이 됐고 무릎에 앉혀 책 읽어주던 엄마목소리는 "빨리 안 자!" 하며 소리를 지르는 목소리로 변했다.
난 그렇게 500만원짜리 연말 정산용 영수증을 세개(3년)를 받고 일을 접었다.
요즘은 아이들 아침밥도 꼭꼭 챙겨먹이고 간식과 저녁도 신경쓰고 공부와 책읽기도 많이 신경을 써준다.
잘 정리정돈된 서랍과 잘 자라는 화초들 일찍 잘자는 아이들......참 평화롭다.
하지만 날 자극하는 것들이 있다.
얼마전 아이들의 유치원을 알아보기 위해서 귀동냥을 한 괜찮다는 유치원을 알아보러 갔다.
우리 아파트와는 다른 느낌의 아파트 새삼 여기서 길을 잃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포감 내 아이가 여기서 기가 죽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안타까움.....난 거기서 아파트에 살면 아이들끼리도 "너 몇평사니?"하고 묻는다는 말을 조금은 이해할것 같았다.
난 그 유치원을 안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틀전 작은 아이가 아토피도 심하고 잘 안먹는것 같아서 보약좀 먹여볼려고 소아 전문 한의원이라는 곳을 갔다.
깨끗한 시설 잘 꾸며진 놀이터 여유있는 진료......
열흘치 약을 지어주겠단다. 보약개념은 아니고 아토피도 있고 하니 먹이고 열흘후에 다시 오란다.
계산하러 나왔더니 10만원이란다.....헉!!! 녹용도 안 넣었다는데....
난 아이를 위한다면 90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보약한번 먹여볼려고 한건데........
또, 운전면허 도로주행 시험보던날, 학원에서 보는거라 뒷좌석에 다음 시험볼 사람이 타야 한다며 어떤 아주머니가 타셨다.
시험감독관과 아는 사이였는지 도로주행하는 나를 무시하고 둘이 열심히 얘기를 하는데 그 대화중 아주머니 왈" 난 요즘 젊은 사람들 왜 노는지 모르겠어, 난 뭐두 하고 뭐두 하고 지금 재산이 뭐가 있고 뭐가있고........."
난 이런 자극을 받아가며 놀고 있다.
그래 놀고 있다......
난 아침에 늦었다며 아이들에게 짜증나는 목소리로 빨리하라고 소리도 지르지 않는다.
저녁 7시에 꾸벅꾸벅 졸며 미술학원 차에서 늦어서 죄송하다는 엄마를 찡얼거리며 맞이하던 아이들은 4시에 현관문을 힘차게 열며 들어온다.
난 아이들이 들어서면 준비해 놓은 간식을 내준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 엄마에게 욕을 먹고서야 자던 아이들은 이제 9시 반이면 자연스럽게 꿈나라에 가있다.
뭐가 문제인걸까?
난 놀면 안되나?
내 형편에는 맞벌이를 안하면 안되나?
난 평화롭고 싶다................난 지금이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