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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 없다는 시어머니


BY 12월 2004-12-16

시어머니가 토하셨다.


홍합에 시금치 넣어서 해달라고 하더니, 뜨지도 못하고. 내과 질환은 아니지만, 양약 드시는  게 많아서 속이 좋지 않으실 거다.

 

그래도 양은 내 기준에 적지 않다. 태음인이라 양이 기본적으로 많으니까. 속이 좋지 않다면서 아침에 죽 드시고, 점심 전에 감 하나, 키위 하나 드시면 많이 드신 거 아닌가.

당신 말은 밥은 한 숟가락 먹었고, 감은 먹을 것도 없이 양이 작았다 한다. 그러고 뭐 먹고 싶다 하고. 당분간 찬 과일 드시지 말라니까 그정도 양 갖고 문제 없다면서 드시고. 속 안 좋다 라고. 아유, 딱하다.

 

마치 입덧 하는 거 같다. 

울 남편이 나 임신해서 어땠더라. 못한 것도 아니지만, 밤에 먹고 싶다는 거 그냥 넘어갔는뎅. 기억의 불똥 남편에게 튄다.

 

자기도 내가 돈 벌어오면 장모님 세 끼 해드릴 수 있단다. 돈 버는 유세. 떼끼.

애 둘 낳고 젖 먹이고  사람들 만나는 교제를 못했는데, 어찌 자기만큼 벌 수 있겠는가.

 

식탁 밑 토한 거 치우는데, 노인네가 미안타 하신다. 부담 적은 남이라면, 아니예요, 할 텐데. 부담스러운, 여러 형제 중 맘 약해서 잘해드리면 더 바라는 시어머니라 그냥 말없이 치운다.

 

애들이 할머니를 챙기니 그건 교육적으로 좋아 보인다. 몇 달 정도 함께 계실 예정인데, 그 정도는 견뎌야지.  

 

형님들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시어머니. 본인 아닌 사람에게 베푼 게 정말 없어 보이는 시어머니. 맘 약한 아들 발목 잡는 시어머니. 무리해서 매달 드리면 더 바라는 시어머니. 당신 돈 잘 모으는 시어머니.

나 병원 다니면서 일주일간 죽 먹을 때도, 세 끼 드시면서 한 마디 언급도 없던 시어머니. 형님들 사연은 더더더 많단다.

그동안 있었던 일은 희미해지고, 노인네는 힘이 없다. 안스럽다. 베푼 거 없는 노인네 딱하다. 돌아가신 시아버님, 아들들 걱정 많으실 거다.

 

가까이 있으면서 더 죄를 많이 짓게 될까 두렵다. 치매 걸린 노인네는 같이 사는 며느리를 제일 못살게 미워한다지 않는가. 조금 잘해 드리니 어리광 부리고 곁에  있으려는 시어머니.

나도 다른 일 하고 싶은데......

이 고비를 잘 넘기자. 이것 넘으면 큰 성취감을 얻으리라. 그 전에 넘어지면? 그땐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