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러분 가정은 안녕하십니까?"
직장에 다니는 남자들은 매일같이 사표를 쓴다고 한다.
물론 실제로 결행하지는 못하지만,
마음 속으론 하루에도 열두 번씩
사표 생각을 한다고 털어놓기 일쑤다.
그러나 때로는 정말 사표를 쓰는 사람도 있다.
강학중 소장도 그중 한사람.
20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것도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있던 직장을 스스로 그만둔 것이다.
그 날이 1997년 12월 31일.
이틀 후 강 소장은 아내와 아들과 딸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넷이서 새 출발의 의지를 다지자는 의미였다.
그렇다고 자동차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한 편한 여행도 아니었다.
보름동안 걷고 걸어서 동해에 이르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지친 다리를 토닥여 가며 낮에는 계속 걷고,
밤에는 민박집이나 민가를 찾아 들어
단칸방에서 곤한 몸을 뉘었다.
네 식구가 하루 종일 함께 하고, 힘이 부치면
서로 짐을 나누어지면서 그는 진정으로 깨달았다고 한다.
`아, 이것이 가족이구나` 하고.....
가족 여행에서 깨달은 `가족` 의 소중함
그 전부터도 가정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가족여행을 통해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은 그는 스스로 `행복한 가정,
사랑이 넘치는 가정` 의 전도사가 되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가정경영연구소다.
가정에도 경영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강학중 소장의 생각은 다르다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춰 계획을 짜고,
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원활한 의사 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기업에서나 가정에서나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정에 대한 그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생각들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영원한 안식처나
포근한 보금자리라는 생각에는 모두 공감하리라 봅니다.
하지만 때로는
가정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학대와 폭력이 행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가정이란 끊임없이 물주고, 거름주고,
가꾸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깨닫는 일이에요."
모두들 입으로는 사랑이 넘치는 가정,
따뜻하고 행복이 넘치는 가정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그러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강소장의 지적이다.
"흔히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지만,
실제로 생각과 마음이 같은 부부는 하나도 없어요 .
서로 상대방의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존중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내 방식과 틀린다고 매도해서는 절대 안 돼요.
상대방의 약점이나 결점, 집안을 들먹이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위도 반드시 버려야 합니다."
강 소장은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부부가 바로 서야 한다고 믿고 있다.
때문에 `부부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부 관계도 농사처럼 단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데이트는 연애할 때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데이트가 필요한 사람들은 부부간이에요.
자녀들과 함께 하고 대화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부부만이 함께 하는 시간도 정말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이 점이 너무 인색해요.
무슨 기념일에 선물이나 사다주고,
외식이나 하면 충분한 것으로 생각하잖아요.
부부끼리 데이트를 자주 하세요.
그러면 자연스레 가정이 건강해집니다."
가정은 끊임없는 사랑으로 자라는 나무 같은 것
사람들은, 집의 규모도 점점 늘려야 하고,
살림살이도 늘려야 하고, 하다 못 해 가정의 즐거움도
더 늘릴 생각만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버리는 데 있다고 강 소장은 힘주어 말한다.
집에서 매일같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습니까?
매일 쓰레기를 버리듯 가족이나 부부 사이에서 생긴
서운함이나 부정적인 감정도 그때그때 버려야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여서 썩기 전에 빨리빨리 버려야 하는 것이죠.
즐거움을 더하는 것, 즉 `더하기`도 중요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버리는 `빼기가 더 중요한 셈이죠.
이점은 꼭 기억해야 합니다."
스스로 부정적인 감정을 버리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이 그런 감정을 빨리 떨쳐 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리라. 그럼에도 우리들은 옷이나 음식으로
상대방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 하지는 않았던가?
집 안의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고,
어떤 가구로 채울 것 인가만 고민하지 말고,
웃음과 미소, 사랑과 격려로 가정을 채워가기를,
냉장고 안의 재고만 파악하지 말고
가족 간의 사랑과 각자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