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의 어느 섬에서 몇년간 산적이 있었읍니다
그 섬마을에 구십이넘은 동갑나기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막내 아들이 낳은 초등학생인 손녀와 손자를 키우며 살고 있었읍니다. 아들이 하늘나라로 가버려서 엄마가 도시에서 자리를 잡을 동안 손녀와 손자를 키운다고 하였읍니다.
어느해 삼월 그섬의 교장선생님이 부임을 했다며 동네에 인사를 다녔읍니다(그곳은 작은 섬이어서 선생님이 부임을 하면 학부모들에게 인사를 다님)
신학기가 시작되고 가정방문을 마치고 나서 학부모 회의가 있었읍니다
교장선생님은 새로부임해온 선생님들을 인사시키며 자기 소개를 하였읍니다
이곳에서 일년있다가 정년퇴임을 하신다고 하였읍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40여년 교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두가지 있는데
쳣째는 맨처음 부임한 학교에서 담임을 하고 있을때 가장 말썽꾸러기이고 공부도 제일 못했던 아이가 장성하여 교장선생님에게 주례를 부탁한 이야기이며
두번째는 이곳에 와서 가정방문을 할때에 머리가 하얗게 새고 등이 굽은 구십이 넘은 할머니가 교장선생님이 왔다며 다 쪼그라진 오봉상에(양은으로만든가볍고 동그란 노란상)소주와 안주로 김치를 내오면서 우리집에 앉았다가 술한잔 들고 가라고 소주잔에 술을 따라주던 할머니가 그 손으로 교장선생님의 손을 꼭 잡으면서우리 손녀 손자를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시던 그모습이랍니다
가슴이 찡해 왔습니다
봄소풍이 되어 소풍을 가게 되었읍니다
그곳에서는 소풍이 되면 자모들이 장을 봐다 나물을 만들고 바다에서 나는 생선으로 탕을 끓이고 밥을 해서 소풍장소에 가게 됩니다. 음식 준비를 넉넉하게 합니다. 온 섬의 소풍이니까요
소풍 당일날은 자모들이 소풍장소까지 음식을 머리에 이고 갑니다. 걸어서 음식을 가져가기 힘든 곳은 배로 운반해서 가기도 하지요
점심때가 되면 아이들은 엄마들이 싸준 김밥으로 밥을 먹고, 선생님들 자모들 그리고 할머니 들과 함께 점심을 먹읍니다 (결손가정이 많이 있어서 시골에서 할머니가 키우는 아이들이 많음) 이쯤되면 가족분위기가 되어갑니다.
교장선생님 이런 분위기가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분위기 인지가 차츰 감동 먹어 갑니다.
어버이 날이 되면 학교에서 큰 행사가 치뤄집니다 섬 주민 전체를 초대하여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운동과 게임을 합니다(시골인지라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음)음식장만은 자모들이 주축이 되어 돼지를 잡고 떡을 하고 점심식사로 떡국을 끓여 주민들을 대접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너무도 신나 하십니다 덩실덩실 춤까지 추시면서.....
교장선생님 너무 감동 먹었읍니다
스승의 날이 되었읍니다
그냥지나칠수가 없어서 자모들이 학교식당에서 밥을해 선생님들을 대접합니다(그러나 초라합니다 섬인지라)
교장선생님 너무너무 감동먹었읍니다.
그러던 어느날 연락이 왔읍니다 교장선생님이 대접을 한다고 학교로 모이라고
학교 식당에 도착했읍니다
삼겹살과 채소 나물 떡이 식탁위에 놓여져 있었읍니다
가슴이 뭉클해졌읍니다
광주에서 이러한 짐보따리를 들고 이섬까지 오려면 얼마나 고생을 해서 와야 하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진도에서 광주까지 버스로3시간 진도에서 배타는 평목까지50분 평목에서 조도까지 30분 조도에서 이섬까지30분 이런 길을 바리바리싼 짐보따리를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오기까지가 보통 정성으로는 힘든일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사모님의 음식장만까지....
사모님이 말씀하셨읍니다
이곳으로 부임이 되었다는것을 알았을때 교장선생님은 하고 많은 곳에 왜 하필이면 그섬이냐고 하였답니다. 마치 유배지에 가는 느낌이었겠지요
그래서 타고 다니던 차도 팔았다고 합니다 필요 없을것 같아서 (이곳은 너무나 낙도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한달 지나 두달지나 이곳에 정이 들고 이곳이 좋아졌답니다
그리고 학부모님들이 너무 고마워서 이렇게 대접을 한것이라고 하였읍니다
한학부형이 말을 하였읍니다
이제까지 많은 교장선생님이 지나갔지만 이렇게 음식대접을 받아본것은 처음이라고
선생님들이 처음에 부임해 오면 낙심해서 오지만 갈때는 눈물 흘리며 인사를 하고 떠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