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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BY 9개월 2005-02-04

임신 9개월에 배가 남산만한 임산부 랍니다.. 둘째 아이라 그런지 첫애보다 훨씬 몸이 힘듭니다.

 

어제 병원 정기검진 날이어서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가는 중이었죠.. 출근시간도 아닌 한 열시쯤이었는데도 사람은 붐비지 않았지만 자리가 없더군요.

 

다행히 노약자석에 한 자리가 있어서 거기가 앉았더랍니다. 그 위에 분명히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를 위한 자리입니다> 이렇게 써 있었으므로 설마.. 누가 뭐라진 않겠지 하는 맘으로 앉아 있었는데 역쉬나..

 

한 60대로 보이는 할배가 팔뚝을 치면서 걸쭉한 사투리로 <좀 비키도고! 생판 젊은거이 와 그리 앉아 있는데? > 이라는 겁니다. 앞에 서 있던 아줌마가 <할아버지.. 이 애엄마 배좀 보세요~~> 그러니까 그 할배 <어잉? 배는 무신놈에~~ 여 노인네 앉는 자리 아인가? 와 젊은것덜이 앉았는데? >

 

저도 점점 약이 올라 일어나기가 싫더군요..

 

늙어 힘없는것도 이해되고, 젊은 사람 앉는거 눈꼴 사나운것도 이해되지만, 배가 남산만한 임산분데 그정도도 이해심 없는 노인네 한테는 양보하기 싫더군요..

 

맞은편에 주욱 앉아 있던 할머니 들도 못마땅한 눈으로 저를 계속 째려보데요.. 헉.. 자기들은 애도 안 낳아 봤는지..

 

저도 나이 드신 분들 공경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나이먹은거 하나만으로 무슨 벼슬이나 되는듯 젊은사람 못잡아 먹어서 도끼눈 하는 그런 노인네들 싫으네요..

 

자기들은 젊은 시절에 얼마나 어른을 공경했는지 몰라도 정말 짜증 나는 외출길 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