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모임에서 어느 엄마가 한 얘깁니다.
강남의 모 백화점 명품관에 갔더니 스텐레스 국자가 70만원이더랍니다.
믿기지 않아 그 앞에서 국자를 들고 동그라미를 하나,두울,세엣....세어 봐도
동그라미 다섯개 맞더랍니다.
그 신랑은 월급이 두 장인데 국자 하나 사면 딱 맞겠더라나요?
그 국자를 쓰려면 국은 얼마짜리를 끓여야 하는거냐? 해서 다같이 웃고 말았지요.
한쪽에서는 한 백만원 짜리쯤 끓이면 되려나? 하데요.
뭐 자본주의 사회에서 7천원 짜리 국자 쓰는 사람도 있고,수입산 70만원짜리 쓰는
사람도 있고 다양하겠지요.
그렇다고 뭐 남들 세 끼 먹을 때 그런 사람은 다섯끼 먹나요?
그런 일로 의기소침해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는지 너무 시끌벅적해서 귀가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지만
이 모임에 갔다오면 스트레스가 웬간히 풀리는 느낌입니다.
그 속에서 혼자 튀려고 애쓰는 사람이 난 더 불쌍해 보이데요.
잘 사는 척,우아한 척....그냥 생긴대로 살면 될 것을.....
난 평소엔 몰라도 오히려 동창회에 가려면 걸고 있던 목걸이 조차 빼놓고
갑니다. 악세사리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비싼 것도 아니지만....
학교 다닐 때 다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이 이제와서 잘 살고 못 사는 것에
기분 다치거나 하면 그 친구 관계가 제대로 유지될까요?
차도 일부러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있고, 몰고 갈 때도 있고....자연스럽게....
모이면 누가 더 내고 덜 낼 것도 없이 모두 똑같이 1~2만원씩 걷어서 조촐하게 모이고
헤어지지요.
첨엔 더치페이가 익숙치 않아서 망설이던 친구들이 이젠 다들 좋아합니다.
돈 많이 들까봐 못 나오는 친구도 없고,담엔 누가 내야 하나 고민할 필요도 없고....
학부모회도 마찬가지겠죠?
아이들 뒷바라지 잘 해보자고 모이는건데 거기서 잘 살고 못 살고 티낼 게 뭐라고....
3년째 신용불량잔데 올해부터 면하게 생겼다고 큰소리로 솔찍하게 털어놓는 엄마도 있어
재밌습니다.
그 엄마의 씩씩한 모양새를 보면 신불자가 뭔 벼슬이라도 되는 것같습니다.ㅎ
다들 씩씩하게 웃고 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