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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지 어제 기함하는 줄 알았슴다..


BY 삐딱이 2005-03-11

 

제가 일년 좀 넘게 두집 살림을 했었답니다.

남편,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했어요.

별거라든지,, 그런 게 아니구요.

일 때문에 상황이 좀 그랬습니다.

울부부는 거의 주말부부 수준으로 살았더랬죠.

그런 까닭에 제 시어머니께서 살림을 맡으셔야 했구...

그 때 상황이 남 손 빌 형편도 아니었고,,

시어머니 도움이 절실했었어요.

남편이야 어머니께 무척 죄송했을 테고,,

그래서 그 이후로 어머니 생각하는 마음이 더 애틋해졌습니다.^^

제 입장에서야,,

어머니께서 맡아 책임지신다던 남편 학비를,,

지가 몇년씩 떠맡아 해결한데다 한동안 생계유지까지 전담하던

터라서,, 죄송한 마음 한켠에,, 그 정도는 해주실 수도 있겠다

그랬더랬습니다.

핏방울 튄 자와 안 튄 자의 차이인지, 인격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어머니가 보통 병원에 가면 또래 분들에 비해 무척

정정하시단 얘기를 듣습니다. 의사한테서...

제가 그 곁에서 그런 얘길 듣고 있으니,, 민망하기도 하셨을 터,,

의사 말에 반박도 하고 그러십니다.

눈물 글썽이면서...

"난 아파 죽겠단 말이에요."

사실 환갑도 안 되셨을 때부터 이미,,

칠순 넘은 노친네들 하는 양상을 취하신 분인지라...

이제 정말 환갑 넘으셨으니 당신이 호호할머니 되신 기분이기도 하겠죠.

 

아무튼,, 그런 분이었어서인지 몰라도,,

눈에 훤히 보이는 상황을 앞에 두고도 어떻게든지 피해보려고

쇼,,쇼,,쇼,,를 하셨더랬어요. 반복적으루다가...

결국 다 뽀록이 나서,, 마지 못해 수락을 하셨죠.

아들 앞에서는 지금도 희생적인 어머니 이미지를 고수하고

싶어하는 분이시라서,, 절대 직설적인 거절은

안하십니다.

 

그렇게 맡으신 살림을 제가 다시 넘겨 받은지 좀 되지요.

노인네 살림답게 베란다니, 냉장고에 이것저것 쟁여놓으신 게 많았습니다.

남편은 어머니께서 언짢아 하실까 봐 그렇게 늘어진 걸 다 정리하려니

우선 그냥 두라 하더라구요.

결국 시누이 일로 집을 떠나셨고,, 이제 드뎌 다 제 살림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살살 흔적들 없애고 있는데...

이게 실은 만만치 않거든요.

이곳이 시골이어서 눈이 많은 데다가,,

어머니께서 왕래하던 분들이 늘 주변에 진치고 계십니다.

어머니가 장만해,, 저장해 놓으신 모든 것들은 또

그 분들과 같이 한 것일 때가 많기도 하구요.

시골 살림이 거기가 거기여서,, 어머니가 해놓으신 것들은

주자니 받을 사람도 없고 먹자니 먹을 사람도 없고,,

또 그래서 살짝살짝 맛이 간 것들인데...

결국 버리는 방법 뿐인데 말이에요.

에~ 또~ 이곳 노인 분들이 젊은 사람이 뭘 잘 버린다고

늘 공시렁 공시렁 하시는 판국이라 말입죠.

 

에구... 농사짓는 분들이 남으니 가져다 먹으라 한다고,,

세상에 식구들 먹지도 않는 걸 비싼 양념 들여서 어찌나

많이도 만들어 놓으셨는지...

베란다에 몇통씩 있는 게 다인 줄 알았더만,,

똑같은 음식들이 냉동실에도,, 냉장고에도,, 콕,콕,콕 박여가지고는...으흐흐흐흥~~~~~~~

다 맛이 가서 남편은 분명 젓가락도 안 댈 게 뻔하고,,

저 마찬가지이고,,

어쩔 수 없이 어제 007작전으루다 다 버렸습니다.

고개 좌우로 돌려 어르신들 계신지 둘러보고,,

한번 두번 날라 버리는데,, 허리는 뻑적지근,, 냄새에,,

해저물어 어두워질 녘까지,, 식구들만 저녁 먹이고

전 밥도 못 먹고 그러고 다녔네요.

에효~~~~~오~~~~~~~~~~~~~~~~~~`

 

손바닥만한 집안 청소도 힘들어 못하시겠다던 분이,, 

온갖 것 귀찮아서 손주 먹거리도 변변히 못 챙겨주시는 분이,,

덕분에 둘째 놈을 지 또래보다 키 작은 아이, 아기 같은 아이로

맹글어 놓으신 분이,, 대체 뭔 힘이 남으셔서 식구가 먹지도

않을 것들을 그리 만들어 쟁여 놓으셨는지...

지 아침에 일나서 감기몸살 약 먹었으요.

목 잠기고 삭신 결려서리...

 

제가 시어머니 미워하는 맘을 아직도 해결을 못했는가 봐요.

그동안 잠잠하더만,, 어제 하루 그 흔적 지우느라고

칠을 내고 났더니만,, 그냥 바로,, 또 일케 원망시런

맴이 생기고 마네요.

 

이러다 말겠지라??

세월이 가면 잊혀지겠쥬.

더 지나면 이해도 되겠지요.

그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네요.

시어머니든, 누구든 남 미워해 봤자 결국 내 맘 생채기 내는 거던데...

왜 이리 질기게도 남아있는지 모르겄어요.

지도 더 나이 들믄,, 쪼매 나아질랑가요?^^

 

푸념이 길었네요.

이해해 주셈...

마냥이야 그러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