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에미다
나는 아내다
나는 며느리다
그전에...
난 여자다..
꿈꾸고 싶은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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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내게 이런 날이 올수있으리라 생각도 못했다
노환인 시어머님과 아이들..그리고 남편..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시댁의 사건사고...
난.. 어느새 여자임을 잃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내가
1월 말에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혼자만의 여행...
얼마만에 맛본 자유인지..
마음껏 누리리라 다짐하고 떠났던 여행인데..
역시 에미는 어쩔수없는 모양..
집을 나서 공항으로 가면서부터 아이들에 시어머님 식사에 걱정이 태산이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여보, 아이들 깨워 꼭 아침 먹이고 출근하구 어머님 식사 챙겨두세요"
전화를 한다..
전날밤에 새벽에 공항으로 가야하는 엄마 배웅한다고
거의 밤을 새운 아이들은 12시가 다 되도록 잠을 잘게 뻔했다.
친정으로 전화해서
"엄마, 1시쯤 애들한테 전화좀 해주세요.. 점심먹고 성당가라구,
저녁 6시 30분에 성준이한테 전화해주세요 복사서야한다구
낼 아침 9시에 최서방한테 전화해서 좀 깨워주세요..."
발길이 떨어지지않는다.
연세드신 어머님은 그저 임자님 드시고 티비드라마와 매일있는 배설이외엔
다른것은 관심조차 없는 분이 되셨기에 친정에 다시금 부탁을 드렸다.
주변에서 요리로 칭찬받기를 하던 나는 주특기인 요리덕분에
싱가폴 여행의 행운이 왔고 과연 갈수있을지 무지 많이 망서렸는데
딸아이와 친정에서 무조건 다녀오라는 전폭적인 지지로 떠난 길이였다.
어자피 31일엔 아이들이 스키캠프에 3일 가기로 했었으니...
창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제일먼저 한것은 전화카드를 구입하는 것이였다.
갈때는 절대 집생각 안하고 자유롭게 느끼리라 했었는데...
'이럴거면 뭐하러 왔나...'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기왕왔으니 철저히 내가되자!
마침 동생이 일이있어 싱가폴에 왔고 난 동생덕에 더욱 호사스런 여행을했다.
보는 것마다 '남편과 아이들이 같이 왔었다면...'
먹는 음식마다 '에고..이건 울 뭉돌이가 좋아하는건데, 이건 몽실이가 좋아하는건데..'하며
목이 메인다..
그래도 맘껏 자유를 느끼고 돌아왔다.
돌아오니 날 기다리는 것은 3일 내내 집을 치웠구
빨래를 했다..^^
'그래, 이게 내가 사는 모습이지 ㅎㅎㅎ'
피로도 풀기전에 명절을 맞이했고, 난 병이 나버렸다
이틀을 끙끙 앓다가 3일이 지나서야 겨우 추슬렸다.
이 여행에서 난 몇가지를 얻었다.
내가 아내이자 에미이자 며느리 이전에 여자란걸..
가끔은 꿈꾸고 싶은 여자란걸..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그들이 챙길수있는 여력을 주어야한다고..
구지 완벽주의에 빠져 모든것을 혼자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걸...
싱가폴 센토사의 머라이상꼭대기에서
노을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홀로 찍은 이 셀프카메라사진을 보고있으면
내안의 잠재웠던 자유로움이 느껴져 보고 또 보게된다..
이 안에 내가 있으므로...
이제 난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 가족을 위해 밥을 하고 청소를하고 빨래를하고 하지만,
접어두었던 나만의 날개를 조금씩 푸득일것이다..
언젠가 혹여 마음껏 날 수있는 그날이 올 것을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