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식목일이면
어김없이 아버진 뒷뜰에 과일나무 묘목을 한 그루 심으셨다.
그렇게 해서 해마다 하나씩 늘어난 나무들은
우리집 너른 뒷뜰,앞뜰을 가득 채웠다.
감나무,배나무,사과나무,복숭아나무,포도나무,호도나무,밤나무,대추나무,잣나무....
어느 겨울 추위에 얼어 죽은 바나나 나무 까지....
없는 과일 나무가 없었다.
우리들은 그런 아버지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언제 저 나무가 다 자라
과일 열매를 따먹을 수 있을까 기대에 차서 침을 꼴깍 삼키곤 했다.
우리는 동화책을 읽다가 거기 나오는 <비밀의 화원>이
우리집의 온갖 과일나무가 울창한 뒷마당과 같지 않을까 꿈을 꾸곤 했다.
그 상상을 하면서 읽으면 우린 마치 동화책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철철이 열매 달리는 시기가 다른 그 나무 밑에서 우리는 열매를 따먹다가
숨바꼭질도 하고 그렇게 하루종일 놀았다.
아버지 어렸을 적에 과일 나무 많은 집이 그렇게도 부러우셨단다.
그래서 벼농사가 주였던 당신 농사 틈틈이 그렇게 우리에게 꿈을 심어주셨다.
그 것은 그냥 나무가 아니라 우리의 꿈과 같았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꿈....
손녀들이 태어났을 때에도 아버진 손녀 나무를 새로이 심으셨다.
큰 손녀 나무 한 그루를 심고 그 다음 다음 해에 작은 손녀 나무를....
그 아이들이 이젠 네살,여섯살로 자라나고
손녀나무들은 제법 울창한 나무가 되었다.
그 아이들은 할아버지댁에 갈 때마다 자기 나무가 얼마나 자랐나....
기대를 하곤 했다.
아버진 그렇게 당신 손녀들에게도 또 하나의 작은 꿈과 사랑을 심어주셨다.
나는 내아이들에게 콘크리트 아파트와 도심의 빌딩숲을 선물로....
내 어린시절과 같은 유년시절을 보내지 못하는 내 아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하다.
그래도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는 것은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보내던 우리 아파트는 지은지 오래라
조경이 아주 자리가 잘 잡혀 있었다.
실컷 뛰어놀라고 1층을 택했기에 앞 잔디밭을 내집 마당처럼,
집앞 나무를 내 정원의 나무처럼 여기며 살 수 있었다.
여름이면 집앞 큰나무 밑에 돗자리를 깔고 소꿉살림을 내다 주었고
아이들은 거기서 하루 종일 해가 질 때까지 놀았다.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을 아름답게 떠올리는 걸 보면
나와는 조금 다르지만
나처럼 마음이 풍요로운 어린시절의 향수가 있기 만을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