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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다


BY 터널공사 2005-04-27

아침에 비가 왔다.

찌푸린 날씨가 낯설지 않음... 나의 우울함.. 지침...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일 건다. 엄마 기운 북돋아 주려고.. 억지로 억지로 기운 있는 척, 기분 좋은 척, 힘찬 척...

그러다 어느 날은 힘들고 지쳐서 맥이 풀린다. 그래도 맘을 다잡아야 해. 내가 힘들어도 엄마만 하겠어? 자식때문에 속끓는 엄마만 하겠어? 형제는 크면 남이라고, 난 진짜 엄마만 아니면 털끝만큼도 애닯지 않고, 씩씩하게 나만 행복할 자신 있다구...

그러다가 가끔은 엄마한테 화가 난다. 매일 매일 이렇게 애쓰는데, 밝은 목소리좀 내주지.

그래도 오늘은 내 생일인데... 아는 척이라도 한 마디 하지. 정말 모르나?

서른 중반 이 나이에, 생일 몰라준다고 서운한건 정말 아니다. 생일? 웃기는 짬뽕. 뭐 잘난 세상에 잘나게 태어났다고 생일 유세를 부리겠는가!

그래도 어느 누구도, 관심 없어하니 씁쓰레하긴 하다. 더 씁쓰레 하게 만드는 건 미용실, 화장품 가게에서 오는 문자 메시지. 생일 축하 이벤트로 30% 할인을 한다나? 허허허.

내 생일에 관심 있어 하는 사람은 나한테 물건 팔아먹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군.

언제 이 끝이 보일까?

가라앉은 가족들이 언제쯤 평균 수준 정도로라도 될까?

더 힘들게 사는 사람 많은 걸 유일한 위로로 삼아야 하는 상태..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진 가족 관계... 말하기도 지치는 날. 내 33번째 생일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