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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사는 즐거움


BY 푸수니 2005-04-28

 <시골에 사는 즐거움>의 저자 유안나씨의 남편되시는 이우성씨가 
오마이 뉴스에 아내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그가 쓴 글을 읽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코끝이 짠해졌습니다. 
사실 말이 시골에 사는 즐거움이지 서울에서 몇 십년을 살던 이들 두 부부에게
시골에서 사는 일들이 어디 즐거움뿐이겠습니까. 
고추밭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다가 너무 힘들어 그냥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는 아내와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남편의 마음이 어떻했겠습니까. 
고추냄새처럼 코끝이 싸아합니다. 이우성 유안나 화이팅! 
아래 이우성씨의 글 소개합니다. 


<철없는 농사꾼 아내가 책을 냈습니다 /이우성>
 
 
올해는 봄이 더디 왔고 제가 사는 충북 음성은 해발이 높아 이제사 복숭아꽃이 만발하고 사과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 비해 보름 이상 늦었습니다. 귀농하면서 밭에 심은 매화꽃도 만 3년만에 며칠 전 하얗게 활짝 피었습니다. 

세상에 처음 나온 꽃, 아기가 태어난 것처럼 그윽한 눈길로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방긋방긋 웃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서로 보이지 않는 따뜻한 교감을 정말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식물에도 사생활이 있다고 하거나, 식물과 대화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귀농 3년만에 아내도 책을 세상에 처음 냈습니다. 그동안의 우여곡절이 다 담겨 있습니다. 제가 부채질 좀 했습니다. 사실 3년 동안 제 아내는 시골 생활 싫다고 보따리 싸서 집 나가길 두어 차례. 봄, 여름, 가을 동안은 농사일에 바빠 정신없이 일하고 곯아떨어지지만 겨울에 좀 한가하다 싶으면 농사일, 특히 손이 많이 가고 정신없이 더울 때 일을 많이 하는 고추 농사일은 죽어도 싫다고 아내와 신경전을 많이도 벌였습니다.

죽어도 고추농사 안 짓겠다고 항상 다투었습니다. 고추 농사 지어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여자 손이 제일 필요한 것이 고추농사입니다. 밭 갈고 거름 넣고 지주대 세우고 끈 매고 영양제 뿌리는 일이야 남자들이 할 수 있지만 그 나머지 고추를 심고 따고 말리고 손질하고 가루를 내는 일은 여자들 섬세한 손길이 남자들보다 두 배 이상 일을 수월하게 합니다.

아내는 한없이 찾아오는 손님 치다꺼리 안 하겠다고, 못하겠다고 막차 타고 서울로 달아나기도 했습니다. 어떤 땐 흐르는 땀을 주체 못해 밭에 앉아 철철 울고 있습니다. 철없는 아내, 일이 너무 힘이 들어 땀 흘리다 흘리다 눈물과 함께 소리내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제 가슴도 하얗게 무너져 내리기도 했습니다. 

자립하는 삶, 건강한 밥상을 내 손으로 차려보겠다는 생각으로 시골로 내려와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농사일은 사소한 무엇 하나라도 배워야 할 것 천지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자연을 알아가는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2002년 4월 제가 먼저 귀농 바람이 불어 잘 나가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먼저 시골로 내려왔지만 3개월 후 아내와 아이들도 모두 “아버지 없이 도회지에 살기는 싫다”고 모두 내려와 군 소재지 소읍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무엇하나 강요하거나 억지를 쓸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이들 스스로 자연에 대해, 시골 정서에 대해 아이들 그릇 크기만큼 잘도 알아갔습니다. 스스로 알아가겠거니, 따뜻한 눈길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매년 내 손으로 키우는 작물을 바라보면서 배우는 감동이 제일이었습니다. 손님이 오면 내 손으로 키워 반찬으로 한 것을 나열하면서 뿌듯해하는 것을 제일 큰 보람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내도 처음엔 힘들어하더니 곧 나름대로 작은 것에 행복해 하는 법을 익혀 나갔습니다. 그러나 겨울만 오면 힘들었던 봄, 여름, 가을이 생각나는지 투정에, 짐을 싸기를 수차례. 매년 겨울이 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러던 차에 출판사에 다니고 있는 아는 편집장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아내는 일간신문에 시골에서 있었던 일들을 3주에 한 번꼴로 칼럼을 쓰고 있었는데 그 편집장이 그 기사를 본 모양입니다. 제 아내 이름을 대면서 혹 제가 살던 부근에 혹시 이런 사람이 살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내 이불동지라고 했더니 그 다음날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아내를 잘 꼬드겨 책을 내자고 해서 바로 이 책 <시골에 사는 즐거움>(도솔 펴냄)이 나왔습니다. 자신은 글도 잘 못 쓰고 아직도 전쟁 중인데, 뭔 책이냐고 싫다는 아내를 더 적극적으로 꼬드긴 사람은 바로 접니다. 매년 전쟁이었던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서였지요.

아내는 시골살이 하면서 오일장 보는 일을 제일 즐거워 했습니다. 두루마기 입고 씨앗을 파는 할아버지 보는 재미도 있고 장 한복판에서 함께 국밥 한그릇에 막걸리 마시는 재미도 좋지요.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와 얘기하는 것을 즐기던 아내는 그런 여러 시골살이 경험을 옛날 자신이 어릴 때 살던 시골 추억과 함께 잘 머무려 책 한 권에 담았습니다. 

<시골에 사는 즐거움>은 그렇게 나온 책입니다. 3년 동안 우리집 야단법석이 다 담겨있습니다. 이 책을 내고 제일 즐기는 사람은 바로 접니다. 이제 아내는 시골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동네방네 소문내고 시골살이 즐겁다고 떠들어댔으니 올해 겨울부터는 안심하고 두 다리 뻗고 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달 30일에는 사과밭 옆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줄 생각입니다. 시골 내려와 보니 보고 싶은 사람들 보지 못하는 외로움이 제일 컸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 생각날 때 바로 보지 않으면 앞으로 몇 십년이 또 흘러도 못보겠더라구요. 그래서 지금 알고 있는 사람들을 보지 않으면 다시는 못보겠다는 생각으로 이 기회에 아는 분들에게 전부 연락하고 무리해서라도 사과꽃 구경하러 내려오라고 했습니다. 
근처에 귀농한 사람들과 음성에서 친환경농사를 짓고 계신 어르신들이 함께 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은 아들은 풍물 칠 때 북을, 저는 장구를 잡기로 하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며 큰아들은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기타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처음 나온 매화나무 꽃처럼 아내도 세상에 처음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놓고 매일 즐겁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골 사는 즐거움을 매일매일 만끽하면서 샘나는 도회지 사람들 많이 만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시끌벅적한 우리 가족이 초대하는 사과꽃 구경과 철없는 제 아내 출판기념회 오실 분들은 대환영입니다.  
 
덧붙이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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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처음으로 책을 냈습니다. 책소개가 될까 두렵기도 합니다만 철없는 아내와 책을 보고 시골로, 자립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앞섰습니다. 시골 오시면 삶이 다르게 보입니다. 삶이 즐겁습니다. 이우성(namu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