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간만에 친구와 통화를 했다.
내 나이가 올해 서른일곱.. 그친구와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으니 벌써
이십년도 훨씬 넘게 알아온 사이다.. (따져보니 세월이 만만치가 않네)
그런 친구들이 몇명있다. 내 주위에. 지방에서 살다보니 서로의 가족사라든지 등등
알거 모를거 다 아는 그런 친구들.
그중에서도 전화통화한 친구는 내가 마음속으로 편하게 생각하고 대화가 제법 잘통해
자주 만나진 못해도 간혹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 받는다.
그런데 재작년에 이 친구가 이사를 갔다. 시댁에 땅이 조금 있는데 그게 도로가 생기게
되어선가 하여튼 보상을 만만치 않게 받았다고 시집에서 자식들한테 집을
한채씩 살 정도의 돈을 주셨다면서 신도시쪽으로 30평대의 집을 사서 말이다.
그리고나서 집들이도 하고 부럽다고 축하도 해주고 그냥 그렇게 지내왔다.
그 친구의 복 많음을 속으로 부러워 하면서....
전에는 19평 아파트에 살다가 넓은 집으로 이살 갔으니 복도 많다 하면서..
그동안 나는 쭈욱 20평대에 머물러 살고 있고 돈도 생각처럼 모이지가 않아서 그냥 저냥
살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번 만났고 통화도 자주했지만, 오늘같은 기분이 든건 처음이다.
내가 이제 얘들도 어느정도 컸고해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생각처럼 쉽게
취직자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소연도 하고 신세타령, 나이타령을 하는데
그 친구가 나보고 그럼 창업을 하란다. 피자가게같은걸 하라면서..
내가 그럴 돈이 어딨냐 그러니 자기 아는 누구는 억 넘게 들여서 가게를 냈다고 한다.
그 순간 난 잠시 입을 다물었었다.
그리고는 이번에 친정동생이 차를 바꿨는데 전에 쓰던 차를 자기 달라니까 친정아버지가
안된다고 했단다. 또 김치얘기가 나와서 자기집은 아직까지 김장김치를
먹는데 신랑이 맛있다고 한다길래 김치냉장고 있냐니까 친정 엄마가 하나 사 주셨단다.
좋겠다. 가시내 하고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끊고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래 걔들 친정과 시집이 모두 부자였구나 싶었다.
친정, 시집 모두다 땅 때문에 부자가 된 케이스...
평상시 같으면 그냥 부럽다 좋겠다를 연발해댔을 테지만 오늘은 웬지 내 처지가
한심하고 나만 뒤쳐지는 듯해서 우울하다.
나는 아르바이트자리라도 알아보려고 이리저리 발버둥을 치는데
그 친구입에서는 쉽게 창업하라는 소리가 나온다. 아! 이게 현실이구나..
친구와 나와의 경제적 거리감을 느꼈다. 우린 한달벌어 한달 아둥바둥사는데
누구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돈 벌이를 할수 있을 거라는걸 깨달았다.
짧은 시간의 통화였지만 끊고 난후의 내 가슴은 휑하니 찬바람이 훑고 지나간듯
공허하고 힘이 빠졌다.
사는게 다 같을수는 없나보다. 난 다른 친구들도 다 나처럼 아둥바둥 사는줄로
착각하며 살고 있었나보다. 새삼스레 얼굴이 뜨거워진다. ...
아주 잠시 친정, 시집쪽을 아무리 머리 굴려 보아도 천지 도움받을데가 없는 내
처지도 다시금 떠올려보았다.
아마 내 복이 거기까지는 안되나보다.... ㅎㅎㅎ